가족.

엄마, 그리고 두 자매.

by 서온

큰고모, 작은 고모, 할머니.

바람피우고, 뺏고, 결혼하고, 이혼하고 사기 치고,

술 마시며,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 배신이

일상인 여자들...


그들은 나의 친척이고, 가족이다.


내 방 뒤 베란다에서

담배 냄새와 여자들의 풍내가 진동으로 스며들어왔다.

-컥컥


나는 창문을 닫는 대신 그 냄새의 근원을 향해

걸어갔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듯이.


거기엔

큰고모, 작은 고모, 그리고 할머니,

셋이서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린 내가 그 장면을 본 것은 알 수 없는 충격이었다.


마치, 누가 엄마인지 누가 자매인지, 모녀 사이가 맞는 건지..

그 경계가 불분명했고, 그 경계 속에서 그녀들은 왠지

자유로워 보였다.


그리고 나를 또 한 번 경악하게 만든 건,

그녀들의 찬란한 말들이었다.


작은 고모가 담배를 한번 머금고 내뱉은 다음 말했다.

-후

"엄마, 그때 그 남자 기억나? 아~ 그때 그놈이 돈만 좀 많았어도..

내가 확 꼬셨을 텐데.. 딱 얼굴이 내 스타일이었단 말이지..

지금 철남 씨는 얼굴은 못생겼어도 그래도

돈은 많잖아 그렇지?"


그리고 이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바빴다.


큰고모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나 또 돈 빌렸어.. 그년이 사기죄로 고소한데, 나 엄마집에

며칠만 있다 갈게.. 그년한테 잡히면 나 감방 갈지 몰라.."

고모는 이 말을 너무도 덤덤하게,

마치 숨 쉬듯 내뱉었다.


큰고모는 만재도 사람이었고, 우리 집에 있는 저 여자, 즉 할머니는,

우리 집에서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누가 누구 집에서 살겠다고

말하는 거지?

그녀들에게는 허락도 부탁도 아닌 통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큰고모의 말이나 통보에도 어느 누구 하나

답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헛기침을 하더니

담배 연기 사이로 이런 말을 흘렸다.

"아, 그때 그놈 나랑 결혼하겠다고, 죽는시늉까지 했었지..

바보 같은 새끼."


할머니의 그 표정과 눈빛은 농담처럼, 허세처럼,

그리고 진심처럼. 지었고, 말했다.


그녀들의 대화는, 관객 없는 무대 위 독백 같았다.

무대도 없고, 관객도 없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자신들의 파국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들에게는 틀이 없었다. 애초에 그런 건 없었다.

그녀들에게 가족이라는 관념의 틀은 그 속에는 없었던 것처럼.

마치 자신들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대화를 했고, 그 누구도 그 대화에 진심으로 답하지 않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