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찌익 쫘아악-
나는 모든 창문틈, 문틈에 청테이프를 붙여 가스가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꼼꼼하게 붙였다.
그리고 가스 밸브를 칼로 자르려는 순간.
연우가 내 어깨 위에 손을 툭-
연우는 언제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는 그 감각에 그만 부서지듯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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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담연! 너 교무실로 선생님이 오래."
나를 부르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듯, 반장은 나를 쏘아보며 불렀다.
나는 은근한 왕따였다. 그걸 '은따'라고 한다.
같이 다니는 친구는 없었고, 반 아이들은
내가 옆을 스쳐도 피해 갔다.
벌레 보듯이.
그럼에도 내가 왕따가 아니고 은따인 이유는 때리는 애들이 없어서 였다.
내가 스스로 인정하는 왕따는 폭력이 가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합리화하고 싶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교무실 앞 나는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노크.
똑똑-
문이 열린다.
드르륵-
나는 무거운 발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눈을 추켜올려 뜨고, 담임 선생님을 찾았다.
그러자 담임 선생님은 이런 나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고 손짓했다.
나는 선생님이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일까..'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나는
터벅터벅 걸어갔다.
"선생님 저 부르셨다고.. 요"
선생님은 나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가볍게 쉬셨다.
흐음-
나를 잠시 가만히 응시하시더니, 주변을 살피고, 입을 여셨다.
"보니까, 여기서 가볍게 할 말은 아니고, 미술실로 가자."
미술실까지 가서 따로 할 이야기라면, 꽤 심각한 이야기다.
뭘까-
나는 선생님 뒷모습을 보며, 걸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뭐 했었나..? 며칠 전에 채팅으로 만났던, 오빠랑 키스한걸 누가 봤나..?
그래도 그 오빠는 고등학생인데.. 그게 범죄는 아니잖아.. 아니면, 민재랑 잔 게..?
민재가 그걸 누구에게 누설을 했나..? 근데.. 그거는 계나 나나 같은 학년인데..
그게 범죄는 아닐 건데.. 도대체 뭘까..? 나에게 심각한 일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쯤,
미술실 문이 열렸다.
드르륵-
"여기 앉아."
의자까지 빼주시면서 선생님은 꽤 걱정스러운 눈빛과 톤으로
내게 말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앉았고, 다시 고개를 숙이고,
내 두 손을 조물딱 거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돌려 말 안 할게. 너희 어머니 지금 정신병원에 입원하셨어."
"... 네? 왜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나는 숨이 턱 막힌 듯,
선생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눈이 커졌고, 동공은 떨렸다.
"경비 아저씨가 쓰레기 소각장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운동장 벤치에 어떤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는데,
웃다가 갑자기 울더란다. 이상해서 가까이 다가갔데."
"학생 찾으러 오셨어요..?" 하고 경비아저씨가 말을 걸었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고함을 쳤다고 하더라고,
돌아가시라고 해도 말이 통하지 않자,
결국엔 벤치 앞에 드러누워
버리셨다고 하더라."
"아이들은 보고 있었고, 학교 선생님들도 당황하시고,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그걸 반장이 봤더라고."
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반장은 내 엄마 얼굴을 아는 애였다.
같은 반을 여러 번 했고, 운동회 날
우리 엄마에게 인사도 했던 아이.
무뚝뚝하고 차가운 말투를 하는 아이였지만,
깊은 속은 겉모습처럼 차가운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운동장에 갔지만, 이미 어머니는 없으셨고..
나는 교무실로 다시 돌아갔어.
그때 마침 정신병원에서 학교로 전화가 왔지."
'혹시 오늘 교내에서 소란 피운 아주머니 보신 선생님
계신가요?'
'네, 제가 봤습니다, 제가 압니다."
'병원에서는 보호자를 찾고 있습니다.
응급실에서도 진정이 안 돼서
정신병동으로 옮겼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진정제 맞고 주무시는 중이시라고
병원비 수납 때문에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선생님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내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너희 어머니가 왜 그러셨는지,
선생님한테 말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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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때 무슨 말을 해야 했을까..?
네, 우리 엄마 미친년이에요..라고 해야 했을까..?
집에서도 엄마는 자주 웃었다가, 자주 울었다가..
그러고 나서 멍했다가.. 나도 왜 엄마가 그런지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감도 잡지 못했다.
나는 꽤 머뭇거리고, 말했다.
"선생님, 꼭 말해야 하나요..?"
"음.. 말하기 힘들면 간단하게라도 말해줄래?
학교상 학교에 병원이나 경찰에서 연락이 오면
선생님도 교장선생님께 보고서에 이유를 올려야 하거든,
학교에 그런 외부 전화가 오면 학교 이미지가 안 좋아지기도 하고.."
역시.. 내 걱정보다는.. 이 선생년 들은 학교 생각뿐이었다.
그래서였는지 더 말하기 싫었고, 나는 삐뚤게 말했다.
아니 솔직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 원래 이상해요, 미친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