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 강, 그 남자.

습기.

by 서온

차에 시동을 걸었다.

드릉— 취익—

새벽 3시 21분.

뒷좌석엔 번개탄, 소주, 그리고 라이터가 있었다.


한강공원 다리 밑—

그래, 여기가 딱 좋겠다.

준비해 둔 번개탄과 라이터를 앞 좌석으로 옮겼다.

소주는 음료수처럼 벌컥벌컥 들이켰다.


— — —


푸른 바다. 넓은 갑판 위, 나는 누워 있었다.

눈을 떴다. 너무 눈부셔서, 다시 감았다.

그 하늘은 내가 사라질까 봐 조급한 것처럼 쏟아졌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이 바다만큼 울어야 해. 그래야 네가 살 수 있어."

고개를 돌리자, 연우가 곁에 잠들어 있었다.


— — —


그때 그 인도, ‘라가’ 호텔에서도 그 남자 역시 곁에 그렇게 잠들어 있었다.



훌쩍 떠나고 싶었던 2021년.

너 없이 살아보고 싶어서 떠난 인도 여행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

“아씨, 괜히 왔다.”

인도의 더위는 상상 이상이었다.


공항 문이 열리자마자 알 수 없지만 익숙한 ‘커리’ 냄새가 몸을 감쌌다.

택시 기사들이 손짓하며 외쳤다.

“Come here!”

“뉴델리! 뉴델리!”

“Very cheap, my friend!”


나는 가장 가까운 택시를 골랐고, 기사는 내 캐리어를 트렁크에 실었다.

“Where you goin?” “Varanasi. Go.”

처음부터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오직 바라나시, 갠지스강.

‘죽음의 강’이라 불리는 그곳이었다.

도착하자, 나는 택시비를 내고 팁도 덤으로 주었다. “Here's a tip.”


몇 걸음 걸어 갠지스강을 마주했다. 불타는 시신, 떠내려가는 유해.

그때 연우의 말이 떠올랐다.

‘담연아, 너 인도 가봤어?’ ‘아니.’ ‘티브이에서 봤어. 갠지스강을...

시신을 띄우고, 유골을 뿌리고... 그 강에서 몸을 씻는 사람들까지.

그냥 눈물이 났어. 딱 한 번만 이라도 좋으니, 그 강을 보고 싶어.’


연우가 그렇게 보고 싶다던 강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연우가 울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인도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너무 오래 서 있던 사람들이었다.

연우는 티브이에 나온 갠지스강을 보고 울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고 오히려 덤덤했다.

몇 분, 아니 몇 시간을 그 강 앞에 앉아 있었다.

그때였다.

"저, 한국 분이세요...?"

햇볓이 너무 강렬해서 눈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가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커다란 이목구비도, 날카로운

인상도 아니었고, 너무 평범한 얼굴,

너무 크지 않은 평균 키.

"저기요..?"

"아, 네.. 한국사람 맞아요. 무슨 일이시죠?"


그는 내가 너무 덤덤하게 말해서였는지,

오히려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 뭐 좀 물어보려고요. 제가 호텔을 찾고 있는데,

'라가' 호텔이라고.. 여기 구글맵에서는 두 곳이 뜨더라고요..."

"근데 왜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는 내 질문에 예상치 못한 답변에 놀란 듯한 눈치였다.

"아, 그렇네요.. 그냥 한국 사람을 봐서 반가웠나 봐요..

그것도 여자가 오면 위험한 인도에서요.."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어색해했다.


나는 그런 장난 섞인 그의 말에도 전혀 웃지 않고 무표정이었다.

그리고 대뜸 그는 말했다.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그가 나쁜 사람이건 사람을 죽였건.. 나한테 무슨 상관일까..


그리고 나는 그에게 라가 호텔을 검색했던 구글맵을

보여달라고 했다.

"저도 라가 호텔을 예약했어요,

저는 이 라가 호텔로 예약했는데,

저랑 같이 가서 확인해 보시고, 아니면 다른 라가

호텔로 가면 될 것 같은데요."

"걸어가도 괜찮죠..?"


내가 너무 스스럼없이 말해서였는지, 그 남자는 계속 당황했다.

"저, 원래 그렇게 겁이 없습니까?"

나는 표정을 잠깐 찡그리고 그에 말해 답했다.

"글쎄요..? 왜 겁을 내야 하죠..?"

잠시 그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혹시,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나는 무심히 대답했다.

"네."

"여기 온 이유가 있어요..?"


여기 온 이유..? 그래 내가 여기 온 이유..

왜 잊고있었지..? 나는 연우를 잊기 위해

여기 겐지스 강에 온건데.. 잊기전 마지막으로

그녀를 깊이 내안으로 넣어보고

싶어서 여기온건데..


"누굴 잊으려고요..."


그 말에 그는, 이해한다는 듯 잠시 침묵했다.

입을 열려던 찰나,

우리는 라가 호텔 앞에 도착했다.

나는 문 앞에서 물었다.


"여기가 제가 묵을 호텔인데..

그쪽이 찾는 호텔 맞아요?"


그는 방금 하려던 말을 까마득하게 잊은 듯,

환희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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