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습기.

by 서온

"다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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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우리 여기서 그만 헤어져요. 그게 맞는거 같아요.

짧은 시간이지만, 누군가를 잊을 수 있을만큼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그를 뒤로 하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갠지스강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 씻고 있다.

어제만 해도 거기에 시신을 띄었는데..

그들은 그 강에서 몸을 담궜다.


나는 강 앞으로 걸어 갔다. 다가갈 수 록,

썩은 냄새, 동물의 유해 냄새..

향료, 향, 꽃잎이 썩어가는 냄새,

그리고 사람의

찌든 땀 냄새까지.

그건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에 냄새 같았고,


나는 잠시 생각했다.

혼, 믿음, 죄, 구원.. 그리고 다시 태어남..

이 모든것들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인지,

갠지스강 앞에서 난 냄새는..

나와 다를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순간 나는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순간 연우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알았다. 나는 연우를 잊을 수 없구나.

어떻게 살아도 연우를 잊는것은 순간이고,


다시 혼자가 되면 나는 연우를 생각하고,

연우가 미치도록 보고 싶겠지..

그녀 없이 이렇게 몇일을 보냈고, 남자와

몸을 섞었음에도.. 연우는 나를 지독하게 따라다녔다.


그때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더 있을 계획이었지만,

이 순간 연우가 미친듯이 보고 싶었다.

당장 오늘 밤, 아니면 새벽이라도

떠나야 했다.


다행히 오후10시, 한국행 비행기가 하나 남아있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예매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허기가 몰려왔다.

지금은 돌을 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어제 그 남자와 마른안주에 맥주 한캔.

그게 하루의 첫 끼였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언제 마지막으로 재대로 된 식사를 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눈에 보인 식당.

'Moti Mahal.' 그리고 식당앞에 메뉴판에는

치킨 요리, 다양한 커리, 난.

무언가 포만감 있고, 짜면서 자극적이고,

눅진한 게 지금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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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 한국행 비행기 안.

착석을 한 뒤, 어젯밤이 떠올랐다.

그 남자의 해맑은 얼굴.

연우에게선 보기 힘들었던 웃음.

그는 연우와는 정반대 였다.


침묵도 없고, 정적도 없고, 나를

끌어안는 팔이 따뜻했다.

그리고.. 그녀와는 한 번도 나눈 적

없었던, 그 남자와의 오르가즘.


잠시였지만, 나는 그 에게

'사랑' 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나는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인간 일까.


왜 이렇게 모든것에 쉽게 빠지고 마는 걸까

지금 내가 연우에게 돌아가는게 맞기는

하는걸까.

그 남자는 지금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도 나처럼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국행 비행기안, 비행기안 은 조용했다.

사람들은 긴 여행에 지쳐 잠들어 있었고,

빛도 어두웠다.


하지만 내 마음은 광란의 밤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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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환기를 언제 시킨건지, 뿌연 먼지가

햇빛 아래 선명하게 들어나 있었고,

각종 음식물 냄새가 내 코를 불편하게 했다.


"연우야.. 도대체.. 집이.. 왜이래..?"


역시 대답이 없다.


내 방 티비에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목소리들.

그곳에 있는 연우는 언제나 멍한 눈으로

티비를 틀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허공이였다.


연우는 내가 없는 그 사이 더 많이 말라있었다.


연우는 나의 인기척을 느끼고, 나를 쳐다보자마자

말했다.

"왜 이제 왔어.. 보고 싶었어.."

나는 그녀의 그 말에 왈칵 하고 눈물이 쏟아질것

같았지만, 이 악물고 참았다.


"나 처음본 남자와 잤어.."

연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제발 그녀가 화내주기를 바랬다.

나를 미워하고, 소리쳐주기를.


하지만 그 바램은 산산조각 났고,

연우는 나를 올려다보며 조용하게 말했다.

"말랐어.. 나도 마침 배고파.."


그녀 입에서 배가 고프다니..

그녀에게 음식은.. 생존과 같다.

그녀가 배가 고프다는것은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은 이상이다.


그리고 순간 모든것이, 이토록 보잘것 없이 느껴진다.

그녀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

나는 그녀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키스를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몸은 굳었다.

그걸 알아차린걸까.

그녀는 나의 옷을 벗겼다.

하나씩 천천히.

마치 나의 치부를 벗기는 것처럼.


뼈가 비치는 연우의 손길이 내 가슴을

움켜줄때, 그건 구원이였다.

나의 아랫도리는 뜨거웠고, 감정의

창자는 뒤틀렸다.

그녀의 손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와 그녀는 서로를 원한게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헤체하고 있었던 거였다.


미치도록, 뜨겁게 그러나 너무도 조용히.


그 방은 습기로 가득 찼고, 나의

치부가 하나씩 벗겨져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연우의 가슴 속에 깊이 안겼고,

나는 말했다.


"연우야 우리 꼭 나중에 인도 가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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