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한강다리 위에 선 나는,
도무지 바람이 불지 않은 게 싫었다.
점프하면 물살에 삼켜지겠지.
그렇게 쉽게 끝날까봐, 또
두려워졌다.
'내가 죽으면.. 연우가 울어줄까..
아니면 웃어줄까..'
나는 철제 난간에 손을 얹고,
내 몸을 난간에 걸쳤다.
그 순간, 내 주머니 안에
진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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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지 않은 전화가 왔다.
하지만 나는 받을 수 밖에 없다.
"...어 민재야.. 무슨일이야?"
전화 넘어로, 얕은 웃음 소리가 나왔다.
"무슨일이긴, 만나자."
"..왜?"
"왜라니? 다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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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는 내가 중학교 때 좋아하던 아이였다.
같은 반을 두번이나 했었고,
종종 자주 같이 놀았다.
그런 사이 민재는 내친구와 사귀기도 했었고,
나는 민재와 친구사이 만으로도 좋아서
따로 고백하지 않았다.
사귀었던 여자친구 보다 나와 더 자주 놀았고,
나와 더 친했으니까.
나한테는 그게 사귄거와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나는 민재와 잘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창 '버디버디'로 낮선 사람과 채팅에
빠져 있었고, 자주 만남도 했었다.
오늘도 나는 낮선 오빠와의 만남 장소로 갔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야~ 담연~!!"
민재였다..
"오늘 좀 예쁘다? 누구 만나러 가는거야? 남친?"
그리고 채팅에서 만나기로 했던 오빠가 나타났다.
그런데 너무 예상밖에도 이 오빠는 나이를 속였다.
딱 봐도 20대 초반 처럼 보였다.
그리고 민재는 뭔가 오해를 단단히 했다..
표정이 굳어진 민재가 뒷걸음 치면서 말했다.
"나 먼저 갈게."
"아니.. 민재..야...그"
민재는 내 시야에서 그렇게 사라졌다.
어떻하지.. 하.. 내일 학교에서 계한테 뭐라고 말하지..
무언가 내 안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그날 이후,
민재는 나를 불편해했다.
그리고 나는,
민재가 나를 더럽다고 생각했을까봐
혼자서 수십 번 자책했다.
자책이 들때마다, 나는 그렇게 채팅 속으로
들어가서 낮선남자들과 채팅을 하고
만남을 하고, 섹스를 했다.
그렇게 학교에서는 내가 나이 많은 남자들과
만났다는 증언들이 계속 나왔고,
나는 원조교제.. 걸레.. 라고 학교에 소문이 났다.
처음에는 가려서 만남을 했지만..
이 만남도 계속되니 나에게 더히상 구분 따위 없었다.
어느날은 담임선생님께 이런일로 불려가기서,
학교 애들 소문이 사실이냐고 나에게 코치코치
묻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런 소문이 계속 돌면 학교에 부몸님까지
모시고 와야 하니, 이번이 경고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학교로 가는게 죽기보다
싫었어서, 채팅을 그날 이후 더 히상 하지 않았고,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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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낮 오후 2시쯤.
나는 의정부 시내에 삔을 사러 팬시점에
들렀다가, 버스정류장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앞을 향해 민재도 걸어오고 있었다.
"어..? 민재야.."
예상밖에 너는 나를 많이 반가워 했다.
"어!! 담연!! 이게 얼마만이냐~ 1년만인가?
어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어..어 나는 00고등학교."
"아아~ 거기!! 나는 여기서 조금 먼데,
00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어디가?" 너는 물었다.
"집에." 나는 민재의 의외에 반응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분간을 못잡고 있었다.
'오해를 푼건가..하긴 오해도 아니지..
사실인데..'
"혹시 집에 꼭 가야되?"
"아니 그런건 아닌데.."
"그럼 나랑 오늘 노래방 가자 내가 쏠게."
"그래! 가자!" 나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걔가 무슨 생각을 했건, 일단
민재는 나에게 친절했다.
나는 그 친절함을 오랜만에 느껴서
순간 행복했다.
그리고 민재를 좋아했던 내 과거의
마음이 올라와서 나를 설레게 했다.
"재미있었다~ 그치? 여전히
너는 노래 잘불러~ 왜 너 중학교 때도
노래 잘불렀었잖아~"
"아니야 니가 더 잘불렀지~ 지금도 그렇고"
"너 폰줘봐."
나는 민재에게 폰을 서스럼없이 주었다.
"여기 내 번호야. 곧 전화 할게 또 만나서 놀자."
"응."
그렇게 민재와 헤어졌고,
그 날 그 만남이 나에게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게 몇일이 흘렀다.
-띠링.
메세지가 왔다.
"담연아 오늘 뭐해? 만나자."
민재였다. 나는 설렜다.
오늘 예쁘게 하고 가야지~ 나는 신나있었다.
곱슬머리인 나는 싸구려 고데기로
머리를 최대한 폈고, 입술에는
색이 연한, 립글로즈를 발랐다.
채팅에서 낮선 남자를 만나러 갈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였다.
노원역7번 출구 계단 아래에서
나는 너를 기달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왔다.
너를 기달리는 이 시간이 이토록 설레이다니,
이 설레임이 불안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너가 나타났다.
너도 한껏 꾸미고 왔고,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어른 흉내를 일부러 내려고
한껏 꾸민 느낌이 물신했다.
색이 있는 갈색 선글라스에
정장 비슷한 브라운색 바지에 하얀 셔츠.
지금 생각하면 되게 웃긴 너의 패션.
하지만, 그때는 너가 되게 멋있어 보였다.
뭔가 어른 처럼 보였달까?
"어디갈까?"
"나 따라오면 되."
너가 나를 데려간곳은 시설 좋은 dvd방이였다.
"형, 나 몇번방 갈까?" 너는 익숙한듯, 알바 형에게
물었다.
"11번 방으로 가고 영화는 그냥 내가 알아서 고른다~"
"응, 상관없어. 대신에 좀 긴영화로!"
알바 형은 손으로 오케이를 했다.
나한테 묻지도 않고, 데려간 곳이.. dvd방..
뭐.. 나에게 엄청 낫선곳도 아니였다.
채팅에서 만나면, 돈이없는 오빠를 만났을때,
dvd방을 자주 이용해서 거기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달랬더랬으니까.
나는 너에게 뭘 기대한걸까.
그날 너는 나에게 노래방을 가자고 했던것은,
이런 복선을 깔기위해서 밑밥을 깐것일까.
낮선남자들에게 몸을 던졌을때 보다,
이 치욕스러움은.. 어떻게 표현이 안된다.
그때 부터 나의 목소리 톤은 바뀌었고..
그냥 그 순간 부터 이 상황을 즐기려 했다.
내가 이런 인간이라면, 이런 취급밖에 당할 수 없다면,
그래, 여러사람하고 잘빠에 그나마 내가 좋아했던,
애 하고 하는게 더 낫지 않나?
그날 나는 너와 거기서 예상했듯,
섹스를 했다. 그리고 너는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말했다.
너도 하고 싶었지? 그는 자기가 한 짓을
그렇게 정당화 하고 싶었던거 같다.
아니 맞다.
그날 이후, 너는 나를 그렇게 '성노리개' 처럼.
대했다.
나는 니가 부르면 언제든지, 가야 했다.
모르는 남자들과 하는것 보다는 나으니까.
그리고 나도 외로웠으니까.
매일 고함지르는 집에 있는 것보다,
너의 품에서 그렇게 내가 사라져 가는게
더 나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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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 밖으로 내몸이 떨어질까봐
나는 조심스럽게 폰을 꺼내고, 화면을 확인했다.
연우였다.
그리고 받았다.
"담연아, 어디야..? 나 아파."
나는 곧장 연우에게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