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습기.

by 서온

헉-


벌떡 일어났다.

바지아래, 기분 나쁜 축축함을 느꼈다.

오줌을 싼 것이다.


나는 개의치 않고, 일어나서

정신과 약부터 찾았다. 있어야 할 서랍에는

약이 없다.

가만있어보자. 내가 약을 얼마동안 안 먹었더라?

생각이 잘나지 않다.


대충 씻고, 병원에 가기 위에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연우가 말했다.

'그러니까, 내 저번에 약 떨어졌다고

말했잖아.'

'네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연우는 조용히 내쪽 안전벨트를

매주 었다.

"00 선생님 오늘 근무하세요?"

"네, 그런데 앞에 환자분들이 많이 밀려

있어서요. 많이 기다리셔야 해요."

"기다리겠습니다."

"김담연 님. 00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보호자도 같이

들어오실 건가요?"


"아, 아뇨."

나를 따라 들어오는 연우를 살짝

멸치며, 말했다.

'연우야 오늘은 나 혼자 들어갈게.'


"그동안 내원을 안 해주셨네요. 많이 바쁘셨나요?"

"아뇨, 딱히 바쁘지는 않았습니다.

생각조차 못했어요."

"그럼, 오늘은 어떻게 오신 거죠?"

"꿈을 꿨는데, 일어나 보니 제가 바지에

오줌을 씻더라고요. 그래서 급히 약을 찾았는데..

약이 있어야 할 곳에 없었어요."


"무슨 꿈을 꾸셨나요?"


"제가 엄마를 죽였어요.."

의사 선생님은, 살짝 내려간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런 꿈을 자주 꾸시나요..?"

"네, 꿈에 내용은 자주 바뀌지만 제가 엄마를

죽이는 건 바뀌지 않습니다."

"오늘의 꿈 내용을 자세히 말해주세요."


"엄마가 소파에 앉아있었어요.

그리고 기괴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울었어요. 웃다, 울다가를 계속 반복했죠.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하는 게 지쳤는지,

방으로 들어가서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저는 곧장 부엌으로 가서 식칼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리고 자고 있는 엄마의 복부를 칼로 찔렀습니다.

그게 너무 생생해요. 선생님.. 그런데요..

중요한 건, 피가 나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꿈속에서

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피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게 꿈이구나.

그러면서 깼습니다."


어느새 나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광기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 저는 제가 너무 무서워요..

제가 진짜 엄마를 죽이면 어떡하죠..?

아,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어요.

저라는 인간은, 분명히 언제가 엄마를 죽일 거예요..

그래서 감옥에 있는 게 나아요."


"담연씨, 잠시 숨을 고르세요."


"선생님, 살인자 정민규 씨 아시죠?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살인마요..

저도 그럴지 몰라요.."


"담연씨, 여기 오기 전에 음식은 드셨나요?

드셨으면 어떤 음식을 드셨죠?"


"....." 내가 언제.. 음식을 마지막으로 먹었더라?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연우가 선배과자 먹고 싶어서 사 왔는데..


"연우가 알아요! 연우랑 선배과자

먹고 있었어요. 오늘도 연우랑 같이 왔거든요."

의사 선생님은 심각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담연씨, 입원하셔야 해요."


연우가 급히 물었다.

"뭐래?"

나는 멍해 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러자 연우가 나를 잡고 부축해서

의자에 앉혔다.


그렇게 한참을 연우에게 기대 있다가

연우를 보며 말했다.

"우리 인도에 가자, 나 입원해야 한데,

그러면 나 너 못 보잖아. 우리 도망가야 돼!"


간호사가 내 상태를 확인하고,

급히 전화한다.

작게 얘기했지만, 어쩐지 내 귀에는

정확하게 들렸다.


"선생님, 김담연 환자분 지금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입니다. 당장이라도

입원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떡할까요?"



------



연우랑 나는 갠지스 강 앞에 서서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말이 없다가,

연우가 입을 열었다.

'너무 아름다워.'

연우는 울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티브이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워.

이제 나 죽을 수 있겠어.

죽을 수 있는 이유가 생겼어.'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