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내가 그런다고 당신을 용서할 것 같아?"
"내 눈앞에서 죽어도, 난 당신 용서 안해."
엄마는 눈을 감았다.
그 표정은... 이상하게도 안도처럼
보였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런 내 마음을 저 여자가 읽은것일까.
엄마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는 끝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그게 당신이 나한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부모 노릇이야.
당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날 지키는
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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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떳다.
휴대폰 진동.
꿈속에서 엄마는 스스로
뛰어내렸다.
"김담연님.. 따님 맞으시죠?"
"네, 그런데요?"
"어머님,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입니다."
그 순간 나는 뱉지도 못한 울음을
안으로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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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식어가는 저 여자가 누워있다.
언제나 방관자로 나를 어둠으로 끌고
갔던 저 여자가, 이제는 차가운 곳에,
너무나 조용하게, 그저 누워 있다.
나는 딱 그 한마디면 되었어.
"미안했다."
긴 말도, 눈물도 필요 없었어.
그런데 그 말조차
내가 먼저 꺼내야 되네, 당신은..
끝까지 이기적이야..
엄마는 언제나
"네가 잘못했잖아. 니가 먼저 어른한테
사과해."
단 한번도, 내 상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는 당신에게, 꼭 듣고 싶었어.
진정한 사과를..
하지만 끝내 듣지 못했네.
그러니까, 엄마.
당신은 끝까지 이기적이고, 사과할 줄 모르는
어른 아이로, 그렇게 땅 속에 혼자
외로이 죽어가.
당신은 끝까지 나에게 잔인한 엄마였어.
그 순간, 나는 묘한 마음이 들었다.
인간이 이 토록 아름다울 수 있나.
저 평온함은 뭐지.
죽음이라는 건, 모든걸 단 한번에
묵살 시키는 가장 큰 힘을 갖고 있음을.
그리고 나는 모든 체념,상실을
안은 채,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이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