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해가지고, 붉은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온다.
수명을 다해가는 선풍기
소리만 온 방안을 가득 채운다.
나는 내방 천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했다.
오늘도 나는 엄마라는 인간을
이토록 싫어하고 증오하는
이유에 대해서.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그 여자가 죽어서 장례식에
가면, 그때는 내가 그 여자를
싫어하는 마음이 사라질까."
왜 나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극단으로 가야만
하는 걸까.
내가 씨발년이어서 일까.
내가 인간말종이어서 일까.
투명한 해파리가
내 이불속 안으로
습격했다.
아무리 잡으려 해도
미끌거려서 도저히 잡히지 않았다.
나는 그 여자를 증오하면서도
이토록 그 여자의 바지끄랭이를
붙들고 있다.
하도 잡아당겨서 인지
그 여자의 바지 끝단은
끊어질 듯 말 듯 아슬해 보인다.
끝내, 바지 밑단은
끊어졌고, 나는 그 여자의
다른 쪽 바지끄랭을
다시 잡아당겼다.
이쯤 되면, 나도 병인가.
이쯤 되면, 나도 미친 건가.
그러자 해파리는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내 생각이 맞다는 듯.
나를 비웃으며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를 가지고 놀았다.
이불속 안에서 해파리는 이리저리
휘휘 약 올리듯 피해 다녔다.
그러고는 아예 대놓고
잡아보라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해파리는 알고 있겠지.
너 따위는 나를 절대
잡을 수 없다고.
울리지 않은 폰을 들고
내 귀에 갖다 댔다.
그리고 나조차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 자꾸만 해파리가
나를 놀려, 잡아서 죽이고 싶은데
절대 잡히지 않아. 어떻게?
지금 엄마가 나에게 와서 잡아줄 수 있어?"
그러자, 울리지 않은
폰 속 엄마는 아주 상냥하게 답했다.
"바빠, 끊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잔인한 거절.
씨발, 상상이잖아.
꼭 상상까지 이렇게 잔인해야겠어?
그래도 목소리는 상냥하지 않았어?
그 정도면 나쁘지 않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