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생활.

여기서 태어났고, 여기서 죽을 거예요.

by 서온

저의 장기요?

저는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걸 잘해요.

유부남이 제 이상형 이거든요.

이유요?

친절해요, 세상 자상하고요.

저는 그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쩔쩔매는 거 있잖아요.

그리고 뭐, 어차피

저는 비혼주의자 에요.

그리고 유부남들은 일단


돈이 어느 정도 있어요.

기본적인 것들은 대부분

갖춰져 있죠.

그리고 관계를 할 때

좀 광적이랄까.

섹스에 많이 굶었던


사람이랑 하는 느낌이에요.

마치 휴가 나온 여자 친구

없는 군인이랑 하는 느낌?

제가 언제 한번 물어본 적이 있어요.

"와이프랑은 관계해?"

"와이프랑 왜 해?"


"왜 안 해?"

"와이프랑 자주 했으면,

너 안 만나지."

또는, "와이프랑 하려고

너를 만나는 거야, 너를 만나고

나면 와이프에게 잘하게 돼."

뭐, 그 말에 별로 기분 안나빠요.


왜냐면, 제가 쓰레기인데,

좋은 남자를 바라는 건

더 나쁜 쓰레기니깐요.

그렇지만 그런 거 빼고는 다 좋아요.

장점이 더 많으니까,


유부남을 만나는 거겠죠?

결혼하면, 낭만이 사라져요.

사랑이 사라진다는 거죠.

저는 매 순간 설레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편안한 사랑, 그것도 좋아해요.

그런데 둘 중 고르라고 하면,

저는 설레는 사랑을 선택해요.

저, 담배 펴도 되죠?

후-

어디서 만나냐고요?

요즘, 폰 어플 잘되어 있어요.

무섭지 않냐고요?

죽고 싶어서 어플만남을

하기 시작했는데,


무섭다고 느끼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요?

반대로 상대가 저를 무서워할 때가

있어요.

생각해 보니,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면서 이렇게 꿋꿋하게 살아있네요.

이제는 어느 정도 즐기고 있어요.


처음부터 유부남을 만나기 시작한 건

아니에요.

그냥 만나다 보니 유부남이

편하고, 아까 말했듯이

귀여워요.


저는 꾸준히 생각해 왔어요.

죽음에 대해서요.

아마 태어날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죽음을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솔직히,

제 말이 틀리지 않잖아요.

우리 모두는,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죽음을 향해 걷고 있어요.

걸음의 속도만 다를 뿐,

방향은 모두 같으니까요.


그날, 저는 오픈채팅방을 개설했어요.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미칠 것 같아요."

"많이 사랑했나 봐요."

"결혼까지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더

미칠 것 같아요, 내가 얼마나 구역질 나는

인간이었으면 그랬겠어요,

내가 문제였던 거예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당신은 몰라요."

"만날래요?"

"...?"

"00동 수정빌라 4층, 402호로

오세요, 문은 살짝 열어둘게요."

"장난이죠?"

"아니에요, 그냥 당신 얘기를

더 자세하게 듣고 싶어요."

몇 시간이 지났을까, 시계를 보니

새벽 12시가 넘어간다.


그는 문을 열고, 살며시 내 공간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나를 보고 많이 놀라있는

눈을 했다.

"저 실례할게요, 어.. 저.. 예.. 쁘시네요.."


나는 살짝 웃었다.

어색해하는 그와 어색한 공기를

나는 느끼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 마침 배고픈데, 배 안 고프세요?"

"어, 네 출출하긴 해요."

나는 라면을 끓였다.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꺼냈다.

그는 나를 위아래로 스캔했다.

얇은 흰 나시, 브라 끈이 그대로 보이고,

짧은 반바지 뒤, 선명한 핑크빛 로고.

"저기요... 라면 불어요."

"네... 네."

그는 면을 흘리며 허겁지겁 먹었다.


"나랑 자기 전에, 당신 얘기부터

듣고 싶어요."

그는 순간 먹는 걸 멈추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흔들렸다.

"당신.. 뭐예요. 이거 몰카 아니죠?"

"아까 말했잖아요, 당신 이야기가 그냥

듣고 싶다고요, 그게 다예요."

그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탁을 살짝 밀치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신발을 신고, 그는 말했다.

"여기 무서워서 못 있겠어요."

"그래요, 가요."

이상한 미친놈 같은 새끼가

왔을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실패가 되네.


그날 저는 죽지 못했죠.

그리고 이런 말이 생각이 났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요.

나는 아직 이렇게 살아있어요.

저는 매일 누군가에게 죽여지길 바랬어요.

그러나 계속 살아있죠.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들은 내가 원할수록 착해져요.

나는 그 착함이 더 무서워요.

착함은 나를 구원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그날 죽지 못했어요.


삶이라는 게, 어디 내 뜻 데로 되던가요.

언제는 이 모든 걸 체념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는 게 지겨웠어요.

그런데 죽기 전에 딱 한 사람만 더 만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날도 저는 어플로

남자를 만났어요.

근데 그 남자가 글쎄, 저랑 하루 자고,

자식들, 자기 와이프까지

버리고 저랑 같이 살자는 거예요.

그 순간, 왜 저는 그 남자를

죽이고 싶었을까요.


같아요. 죽이고 싶은 나 자신이

같은 게 아니라, 그 새끼가 너무

엿 같아요.

고작 하루 만난 나 따위에게

같이 살자니요.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는데,

간신히 참았습니다.

그리고 대답 대신 그 남자입술에

제 입술 갖다 대고 키스를 했어요.


한번 더 섹스를 했어요.

저랑 만날 때마다,

같이 살자는 말을 계속했어요.

그게 어느 순간 너무 짜증 나는 거예요.

그래서 죽였어요.

그가 제 옆에서 자고 있을 때,

칼로 그의 복부와 심장을 찔렀습니다.

아, 근데 이게 또 묘한 거예요.

죄책감이 안 드는 거 있죠.


그래서 경찰서에 가서 사람을 죽였다고,

찌른 칼을 들고 자수했습니다.

아, 한숨 자고 갔어요. 그 남자랑 그날

3번이나 섹스하고 피곤했거든요.

"저, 사람을 죽였어요, 이 칼이 증거물이고요,

시신은 저희 집에 있어요."


저는 무기징역을 받았는데,

지금은 법이 바뀌어서

사형제도가 없어서 그런지

두려워요, 감옥생활 잘하게 돼서

가석방될까 봐요.


가석방되면, 저는 또 누군갈

죽일 것 같거든요.

걱정 마요, 또 누군가 죽이면

자수하면 되니깐요.

그래서 이곳이 좋아요.

그리고 같이 생활하는

언니들도 잘해줘요.


사회에서는 제 얘기를

이렇게 자세하게 안 들어주는데,

여기 안에서는 너무 제 얘기를

잘 들어주는 거 있죠?

특히 제 아버지 얘기를

잘 들어줘요.


저는 제 아버지를 사랑했거든요.

엄마가 집에 안 들어올 때면,

제방으로 들어와서

저랑 사랑을 나눴어요.

아, 안심해요.

피 한 방울 안 섞인 새아버지예요.

쫄았어요?


그날, 세상 처음으로 다정함을

느꼈어요.

저랑 하고 나서 아버지는

저에게 말했어요.

"네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세상에서 제가 특별해진

순간이었어요.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거 그게 얼마나

소중하고, 쾌감 있고,

행복했는지.


늘 제가 사랑한 사람들은

다 저를 버렸어요.

너무 쉽게, 아무렇지 않게.

근데 아쉽게도 제가 사는

이 동화에서는 저는 구원되지 못했죠.

저의 첫사랑이었던 아버지에게

조차 버림 당했어요.


저를 버리고, 또 다른 여자를

만났어요.

엄마야 뭐, 이미 저의 존재는

없었어요.

처음에는 자살을 하려 여러 번

시도를 했고, 밧줄까지 구매를 했어요.

근데, 또 생각이라는 게 저를 가로막았어요.


뭔가 인생에서 재미있는 거

하나쯤은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죠.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죽었어야 했을까요.

뭐, 나쁘지 않게 생각해요.

여기는 밥도 잘 나오고, 시간 되면

햇빛도 보게 해 줘요.

사회에서는 친구도 없이 살았는데,

여기 살면서 친구도 생기고,

좋아요.

여러모로.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 저는 태어났고,

여기서 내가 생을 마감을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요.

참, 아이러니하죠.


세상이 내 뜻 데로 안 되는 게

원망스럽다가도,

이렇게 또 살아지고,

이렇게 또 아름다움을 마주하니깐요.

저는 지금이 제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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