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

첫 숨, 첫 절망.

by 서온

나는 방금 막 엄마라는 사람

배 속에서 태어났다.

물속에 있다가 물이 없는

아주 낯선 곳에 나오니

숨이 턱 막혔다.


그러자 초록색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내 엉덩이를

미친 듯이 쳐 댄다.

나는 너무 아파서 울음을

터트렸다.


세상을 향해 첫소리란 걸

내지른 게 울음이라니,

쪽팔리다.

어둠 속 편안하고

따뜻한 곳에 있다가 미치도록

따가운 빛이 내 눈을 향해

쏘아댄다.


눈을 뜨지 못하겠다.

눈을 뜨면 실명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틀 동안 엄마라는

사람 옆에 있으면서 눈을

감고 지냈다.

그리고 서서히 눈을 떴고,


처음 눈 떴을 때 본 사람이

본능적으로 엄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여자는 나를 보며 운다.

왜 울지?

그래서 나도 따라 울었다.


엄마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급하게 자신의 젖을 물렸다.

근데 맛이 없다, 미지근하다.

무맛이다.

근데 내가 살려면 먹어야 한다.


왜? 배고프니까.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세게 젖을 빨았다.

그랬더니 엄마라는 이 여자가

아파한다.

그때부터 젖병으로 밥을

먹었다.


그래도 엄마라는 사람 품에서

먹은 젖이 더 좋다.

맛은 진짜 젖이랑 똑같이

맛도 없고, 무맛인데,

엄마라는 사람 품에서

먹는 게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마치 아직까지 배 속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무섭다.

하나같이 나를 안아보려 안달이다.


마치, 애완견이 된 느낌이다.

나는 지금 당장 말을 할 수도 없고,

밀쳐낼 힘도 없다.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는 것밖에 없다.

그중에 어쩐지 낯설지


않은 남자가 나를 안았다.

그 남자가 나를 보며,

"내가 아빠야, 보여?"

라고 말하는 거 보니,

이 남자가 아빠인가 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보고, 느끼니 너무 지친다.

왜 태어나야 하는 것일까.

보이지 않은 암흑과

따뜻한 물이 있는 배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영영 태어나지

않고 싶다.


나에게 모든 시선이 가 있는

동안 나는 엄마라는 저 여자에게

시선이 갔다.

왠지 쓸쓸해 보인다.

왜 아무도 엄마에게 관심이

없을까.

엄마도 이 모든 게 낯선 것일까.

역시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 보다.


나는 똥을 기저귀에 쌌다.

매우 찝찝하다.

근데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이때 내가 울게 되어,

엄마를 깨우게 되면,

엄마는 매우 피곤해하면서, 짜증을 내겠지.

근데 참을 수 없다.

지금은 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걸을 만큼 다리에 근력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울었다.

그런데 엄마는 대뜸 젖병을 물렸다.

"아니에요, 엄마! 저 똥 쌌어요!"

엄마는 코를 킁킁거렸다.

그리고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요즘 매일 엄마의

굳어진 얼굴만 보고 산다.

매일 나 때문에 잠을 못 자고,

때로는 자주 멍 때리고,

운다.

엄마의 웃는 모습을 나는

보고 싶은데, 나는 아직 너무

힘이 없다.

그런데 특이하게 내가


웃으면 엄마도 같이 웃어준다.

엄마가 똥 묻은 내 엉덩이를

씻어주고 보송하라고

분을 발라주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그때 나는

웃었다. 그러자 엄마도 웃었다.

그리고 처음 느꼈다.

행복이라는 것을 그렇게 엄마를

통해 느끼고 배우게 되었다.


아빠는 매일 늦게 들어온다.

그런데 늘 내가 아빠에게 맡았던

아빠의 냄새 대신,

낯선 냄새가 난다.

나는 그 냄새가 불쾌해서

울어버렸다. 아빠는 당황해서 엄마를

서둘러 불렀다.

"여보, 우리 애가 너무 우는데?"

"당신이 아직 낯선가 보지, 그러니까 일 조금만

줄이고 아이랑 많이 놀아줘. 아이 태어나고

요즘 당신 더 바빠지고 퇴근 시간이 늦어지잖아."


요즘 엄마와 아빠는

나 때문에 자주 싸운다.

사람들은 내가 축복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축복의 존재이긴

커녕 그 반대다.

나는 이 두 사람에게 짐이

되기 위해 태어난 거 같다.

엄마 아빠들은 참 이상하다.

원해서 나를 낳았으면서,

나로 인해서 매일 싸운다.


엄마는 요즘 나에게 너무 벅찬

걸 요구한다.

나는 계속 누워 있고 싶은데,

엄마는 나를 자꾸 뒤집게 하기 위해서

고군분투 중이다.

나도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서

일단 열심히 뒤집어 보려고 안감힘을 쓴다.


그러다 너무 힘들면

울어버린다.

내 나이에 아주 강력한 무기는 울기이다.

일단 울면 모든 것이 스톱이

된다. 엄마는 우는 나를 달래려

안았다.

그리고 뽀뽀를 하며,

말했다.

"괜찮아, 오늘 이 정도면 너무 잘했어! 내일

또 하면 돼."


그 말이 너무 무섭지만,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그렇게 나는 뒤집기에 성공했고,

점점 내 몸에 근육들이

성장하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막 던져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내가 짚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짚었을 때 느껴지는 속아귀의

힘도 신기했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이렇게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데,

한숨을 푹푹 쉰다.

"안 돼, 그거 던지는 거 아냐,

위험해!"


엄마는 겁이 너무 많은 사람일까?


아빠는 오늘 휴일이다.

나와 놀아주면서도

시선은 나에게 있지 않고 휴대폰만 쳐다본다.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일까?

그러다 울어버렸다.

그 동시에 아빠 폰에서 벨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빠는 나에게 빠르게 장난감 젖병을


물리고, 잠시 나를 침대에 내버려 두고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확실한 건 엄마 목소리가

아닌 다른 낯선 여자의

목소리다.

불쾌하다.

그리고 젖병은 자연스럽게

내 목을 타고 흘러내려갔고,

나는 그 핑계로 울었다.


엄마한테 이르고 싶지만

나는 아직 말도 못 하고,

글을 배우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배우기 위한

지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젠장.

아빠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는데,

그걸 말하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학습하며 기다려야 하나,

까마득하다.


그 후로 나는 아빠가 더 이상

반갑지고 좋지도 않다.

그럼에도 내가 아빠의

품에 안겨 억지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은 내 분유값, 내 기저귀값이

다 아빠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아빠에게 잘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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