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새벽이었다.
몸속 어딘가가 무겁게 고동치는 듯해 눈을 떴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다리를 더듬었다.
손끝에 닿은 건 단단히 솟아오른, 매끈한 뿔이었다.
피부를 찢고 나온 그것은 마치 오래전부터 거기에
있던 듯
낯설면서도 자연스럽게 내 허벅지 위에 서 있었다.
숨이 막히고, 식은땀이 흘렀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내 걱정은 내 몸에 솟아오른 뿔이 아니라,
사무실의 시선이었다.
어떻게 이 흉측한 다리를 보이며,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을까.
나는 이를 악물고 눈을 감았다.
'꿈일 거야. 그냥 꿈일 거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내 다리부터 확인했다.
신기하게 말끔했다.
하얀 살결만 남아 있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이 너무 생생해,
다리를 계속 긁적이면서 회사로 향했고,
쏟아지는 업무량을 쳐내며, 하루 종일 무감각하게
서류를 넘겼고,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했고, 퇴근했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지도 않았채, 침대에 쓰러져
잠에 들었다.
그러나 다시,
심장을 찌르는 듯한 불편함에 눈을 떴을 때,
이번에는 양쪽 허벅지에 뿔이 솟아 있었다.
나는 비명을 삼켰다.
그리고 내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따가운 통증이 피부 위로 번졌다.
이번엔 꿈이 아닌가?
방 안은 고요했지만,
나의 숨결만이 괴이하게 울렸다.
뿔은 계속 자라고 있었다.
시간은 오후 11시.
문을 열고, 그 남자가 내 방에 들어왔다.
예상했듯이 내 남자친구다.
3개월 만에 내 앞에 그렇게 나타났다.
아무 연락도 없이 이렇게 불쑥.
하나도 반가워 보이지 않은
무성한 표정.
한 잔 했는지, 알코올 냄새도 난다.
"야, 하자."
나는 또 그에 군말이 없이 옷을 벗었고,
그와 그렇게 섹스를 했다.
그는 그렇게 사정을 하고,
바로 잠들었다.
잠을 자고 있는 그 에 얼굴을 나는 빤히
바라보았다.
'사람의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 본일이
마지막으로 언제였더라..'
왠지 모르게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꼈다.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나도 잠들어버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는 내 옆에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폰을 열었고,
그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내가 연락할 때까지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
다리 쪽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져서
나는 내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살결은 말끔했다.
하지만 뿔이 자라났던 자리,
그곳이 은근히 욱신거리고 있었다.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자살도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곳에
가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내가 돈을 그렇게 악착같이 모으고
성과에 목을 맨건,
다름 아닌 죽기 위해서였다.
목을 매달거나, 난관에서 떨어져서
죽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죽기에는 억울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싶다.
그걸 찾다가 찾다가 생각해 낸 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그런데, 또 다른 공포감이
내게 있다.
죽음 앞에서 망설이게 될까 봐.
죽기 위해서 먼 나라까지 갔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게 될까 봐.
사실 죽음보다 그게 더 무섭고 두렵다.
빅토리아주의 하얀 병실,
손끝에 놓은 작은 약병.
이제야 드디어 모든 게 내 뜻대로 될 수 있는 순간.
내 심장은 빠르게 요동쳤다.
마지막 순간, "나는 눈을 감지 못했나?
그럼, 다시 살아가야 하는데.."
그리고 앞으로 버틸 날들의 길이를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눈을 떴을 때,
새벽의 스산한 바람은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그리고 폰을 열고 메시지를
습관처럼 확인했다.
"김대리, 승진 축하하네.
회식 한번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