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층.

여자.

by 서온

"왜 내가 24층에 사는지 알아?" 하린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떨어졌는데, 애매하게 다치면 안되니까, 불구로 사는건 더 지옥이니까. 확실하게 죽을 수 있잖아." 나는 여전히 하린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 "나는 난간이 좋아, 자주 저 난간 앞에 서 있어.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알아? 난간 앞에 서면 무섭다는거야, 그게 인간이야." 담배 한 대 피우면서 그녀는 내가 듣고 있던 말던 중요하지 않은듯, 넋이 나간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죽지 못하니까, 죽는 내 모습을 자주 그려. 그래야 숨을 겨우 쉴 수 있거든." 그런데 생각해보니, 하린은 요새 죽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지 않았다. 의하했다. 이제 그녀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건가? 그런데 왜 저런말을 나에게 할까. 궁금했지만, 나는 어떠한 말도 물음도 없었다. 그냥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을 뿐 이였다.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죽을 용기가 생겨서 다행이야. 죽을 이유가 생겼어, 그게 얼마나 나에게 큰 위로가 되는지 몰라, 당신을 만나서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해." 나는 당장 앉던 쇼파에서 일어나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 앞에 섰다. 그리고 하린이 물고 있던 담배를 내 던지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제서야 하린은 나를 쳐다 보며 말했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었다. "왜 내가 죽지 못했는지, 이제 이유를 찾았어, 그건 두려움이 아니였어,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걸 줄게. 그러니, 내 죽음을 지켜봐 줄 수 있어?"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미쳤어, 미친거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어, 나 당신 이제 절대 보지 않을거야. 죽던지 말던지 당신 알아서해!" 나는 서둘러 옷을 차려 입고, 현관으로 갔다. 신발을 허겁지겁 신었는데, 순간 무서웠다. 그녀가 정말 죽어버릴까봐. 그녀는 나를 잡지도 나를 쫒아오지도 않았다.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만 그 현관 앞에서 문을 열지 못한채 주저 앉아 울어버렸다.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린게 얼마만이였을까. 이토록 슬퍼서 눈물을 흘린게 언제였지. 그녀 때문에 이렇게 우는것인지, 내 마음 무언가 어딘가 숨어 있는것 때문에 우는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혼란스럽다. 정신이 아득하다, 그렇게 한참을 가슴을 잡고, 울었더니, 어지러워서 옆에 있는 벽면에 내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벽을 집고 일어나려 하자 그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나 안죽어, 당신이 허락할때 까지 나 안죽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녀는 인기척도 하나 없이 언제 내 앞에 서있었을까. "나 당신 만난거 후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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