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필요해.

여자.

by 서온

"당신 여자랑 자본적 있어?" 나는 누워있는 하린의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억이 잘 안나." 너무 하린스러운 대답에 나는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그럼 당신은?" 나는 너무나 당연한 표정을 지으며, 하린을 향해 말했다. "나는 당연히 당신이 처음이지." 그러자 하린은 나를 보며 돌아 누었다. 그리고 아무 표정없이, 정말 건조한 특유의 그녀만의 말투로 물었다. "어땠어?" 그리고 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눈물이 날것 같았는데, 참으며 말했다. "그 누구도 생각나질 않을 만큼 좋았어." 하린은 내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채, 침대 밖에 널브러진, 꽃무늬 가운을 걸치며, 침대 끝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담배에 불을 태웠다. 나는 그런 하린을 보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제 나는 하린이 두렵다. 당신을 거부 하기에는 너무 많이 온거 같다. 그런가 동시에 하린에게 화가났다. 나를 욕심내지도 나를 질투하지도 않은 저 여자가. 너무 짜증이 났다. 나를 스쳐간 모든 인연들, 지금의 남편도 포함해서 나에게 다 미래를 약속하거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마다 나를 그 미래에 어떻게든 끼어넣어 이야기를 했는데, 이 여자는 그런게 전혀 없다. 나와 함께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그런 간지런 말도, 애정이 섞인 말들도, 전혀 없다. 근데 나는 이 여자에게 왜자꾸 내 마음이 움직이는지 모르겠다. 계속 궁금하다. 하루종일 무슨생각을 하며 사는지, 저 멍한 눈. 알 수 없는 그림들,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그녀의 말들. 내가 갖지 못한 자유와 부. 몇일동안 그녀를 보지 말자고 다짐하며, 그녀의 연락에도 그녀의 문자 에도 나는 어떤 답도,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러자 그 한 문자 내용에 나는 내 모든것이 무너져 내려버렸다. "당신이 필요해." 살면서 누군가에게 나라는 존재가 필요했던적이 있었나. 이토록 누군가 나를 끔찍하게 원한적이 있었나. 이 한마디가 뭐길래,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무너지는가. 안 볼 수 있었다. 그 후로 나는 남편에게 이사가자고 까지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그 한마디에, 나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정말 그녀에게 내 의지로는 벗어날 수 없다는것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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