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 부터 '살고 있다'기보다 '버티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을까?

by 서온

누구의 탓도 아니다, 오로지 내안에서 튀어오른다. 내 안의 어둠이 나를 밀어부친다. 살지 말라고, 버티라고, 너는 그런인간이라고, 소리친다. 처음에는 세상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저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모두가 떠나는거라고, 근데, 살아보니, 모든 미움,증오는 나 자신 안에 깊은 곳에서 부터 나온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마저도 어쩔 수 없다는것도 알았다. 나도 고치려고 노력을 안한건 아니였다. 늘어나는 정신과 약 봉지.. 늘 같은 말을 반복하는 선생님.. 의미 없는 운동을 무식하게 한적도 있었다. 그러다 무릎이 망가지고, 내 정신도 서서히 죽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갈 수 록 남편은 나의 동반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호자가 되어갔고, 감시자가 되어갔다. 스스로 남편이 자기자신을 그렇게 만든것도 아니다. 오로지 내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매일 아침 눈을 떠 나는 내 안의 어둠과 인사한다. "너 평생 내옆에 있을거지? 그러면 그냥 같이 살자. 별 수 있나." 그리고 서서히 그렇게 내 주변과 이별을 나 혼자 준비하기로 했다. 나는 나의 어둠과 같이 살기도 벅차서 이런 어둠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까지 주고 싶지 않다. 그는 나와 같이 살면, 힘들것이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 해도, 그도 인간이다. 요즘 그가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회사에서 준 사택에서 주로 지내고 있다. 내 우울증 때문이겠지. 내 우울한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안보는 편이 그도 나도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했을것이다. 나는 엄마의 피가 내 혈관 곳곳에 흐르고 있다. 엄마는 며칠 전부터 현관 앞에 찹쌀과 500원 짜리 동장 3개를 꽂아두었다. 이렇게 해야 귀신이 집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이라 해야할지, 오히려 더 불행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무당들이 하는 저 짓을 하고 나서 엄마는 더히상 누어있지 않게 되었다. 저 짓을 본인은 정상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밥도 잘드시고, 활동도 많아지셨다. "나는 이렇게 살아야 되, 이걸 부정하며 거의 평생을 이렇게 살았어." 엄마는 무언가에 매달렸을까. 그리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을까. 남들이 보기에 저 미쳐 보이는 행동이 자신에게는 정상이라고 생각했을까. 나도 다르지 않은것 같다. 나의 우울을 엄마처럼 받아드리며 사는것이 맞는길일지도 모른다. 행복은 옮긴다. 고로 우울도 옮긴다. 매일 창문 너머에 난간을 본다. 오늘은 죽을 수 있을까. 미루자. 내일 죽으면 되지, 다음날이 된다. 나는 역시 겁쟁이다. 죽을 수 없다. 눈을 감고 상상이라도 해본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나는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엄마가 해주신 반찬들을 모조리 버렸다. 그리고 남아있는거라고는 소주와 와인, 맥주.. 찬장에는 누텔라잼과 땅콩잼.. 이상하게 땅콩잼도 버리고 싶었다. 얼마 남아있지 않은 냉동 식빵.. 나는 토스터기에 해동을 하고, 누텔라잼에 발라서 먹었다. 그리고 무슨 충동이 들었는지, 나는 그날 부터 술과 담배, 그리고 누텔라잼만 먹고 지냈다. 인터넷으로 누텔라잼 30개를 주문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지내고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40분 이였다. 그리고 메세지가 왔다. "우리 헤어지자." 남편의 간결한 문자 메세지. 나는 답장을 바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남편은 메세지가 왔다. "생각 정리 되면 이야기 해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숨겼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