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속 서랍
지글지글 피어오른 식용유가 지금이 정확한 타이밍임을 알려주자 영롱한 노란빛의 계란 두 알이 촤르르 오일 속으로 빠져든다. 순식간에 하얀 원을 그리면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된다. 이건 살을 찌우는 기름이 아닌 건강한 단백질이라는 것을. 의문의 손은 써니 사이드 업이(한쪽 면만 익히는) 싫었는지 과감히 후레이펜을 놀려 이미 한 개로 맛있게 합쳐진 계란후라이를 허공에 높게 뛰어 한 바퀴 백플립을 시전해주고(프로트플림인가?) 받아내 후라이펜 안으로 쏘옥 안착시킨다. 마치 기계체조 선수가 공중에서 세 바퀴나 돌고도 아무렇지 않게 착지점에 곧게 서 우아하게 두 팔을 뻗어내듯이.
제 점수는요! 8점!
이 점수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남자가 아번에는 보란 듯이 계란 여덟 개를 둥그런 펜에 가득 채워 넣고는 쉭쉭 양옆으로 흔들면 뒤섞인 계란들이 폭풍우에 금방이라도 선박을 이탈할 거 같은 선원처럼 아슬하게 손목의 방향으로 크게 오갔다가 겨우 정신을 붙잡고는 기다렸다는 듯 공중으로 힘차게 도약한다(카메라는 이 역동적인 동작을 슬로모션으로 잡아내고)
어! 이번에는 실패하겠는데?
하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바라보다 그 아슬함마저 쇼였다는 듯 후라이펜에 깔끔하게 안착한 달걀더미들을 보고는, 박수갈채와 함께 10점을 남발하고 만다. 그렇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자리를 벗어났을 때, 반 조각의 배가 담긴 접시를 들고 한심하다는 듯 아들을 쳐다보고 있는 엄마를 마주하게 된다.
젠장, 엄마 속을 뒤집었구나.
쇼츠 링크: 누구보다 계란 후라이에 진심인 남자
https://www.youtube.com/watch?v=xHG1qB0PBf4&list=WL&index=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