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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인셋 Jun 02. 2023

간이진단키트의 두 줄은 뭘 의미하나

줄 하나에 마음이 왔다 갔다


우리 주변엔 임신테스트기, 코로나 자가진단키트처럼 보다 익숙한 면역진단도 있다. 항원-항체 반응의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진단에 해당하고, 간이진단키트, 래피드키트, Lateral flow immunoassay라고도 한다.


그 이름처럼 검사 방식은 간단하고, 결과는 빠르게 볼 수 있으며, 액상 시료를 통해 전개될 수 있는 측면유동 형태의 크로마토그래피다. 코로나 때문 에라도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해 본 경험이 있을 테고, 설명서를 꽤 상세히 읽어본 분도 있을 것이다. 항원-항체 결합의 '특이성'을 활용해 우리 체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항원), 또는 이미 면역반응이 일어난 이후 생성되었을 체내 항체 존재여부를 검사한다.


[항원을 검사한다는 전제 하에]


플라스틱 카세트에 가려져 있지만 테스트기 내에는 sample (혈액, 혈청, 소변 등)을 loading 한 후 sample에 존재할 (타깃으로 하는) 항원에 특이적으로 접합할 수 있는 항체, 그리고 색을 나타낼 수 있는 표지물질 (주로 붉은색, gold nano-particle)을 결합시켜 두었다.


우리 눈에 줄이 보이게 되는 window 쪽으로 전개되면서 앞서 항원-항체 결합이 있었다면, 동일 항원의 다른 부위에 접합할 수 있는 또 다른 단클론항체가 test line (T)에 보이지 않게 그어져 있어 한 항원을 두고 샌드위치처럼 붙잡아 T line이 붉게 변하게 된다. 남은 conjugate에 의해 C line도 당연히 형성되므로 두 줄 - 양성. 시료에 항원이 없다면 처음부터 항원-항체 반응은 이루어지지 않고, 테스트기 앞쪽에 준비해 둔 gold-항체 접합체만 흘러오면서 control line (C)의 2차 항체에 결합해 한 줄 - 음성을 나타내게 된다.


C line의 한 줄은 검사가 양성이든 음성이든 반드시 표시되어야 하는 한 줄이다. Gold nano-particle과 접합되어 있는 항체를 특이적으로 잡을 수 있는 2차 항체로, 해당 테스트기의 flow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으며 테스트기 내의 항체가 정상 작동한다는 뜻이다. C line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유효한 테스트로 볼 수 없으며, 또한 T line의 상대적 양성 정도를 어느 정도 가늠케 해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간이진단키트는 양성/음성으로 구분되는 '정성검사'로 생각하지만, C line 대비 T line의 세기를 감지할 수 있는 체크기가 있으면 정확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기존의 표준물질로 미리 검사해 둔 결과를 참조해 어느 정도의 항원이 존재하는지 '정량검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테스트기 안 쪽의 하얀 띠 형태의 종이 같은 것은 다공성 membrane으로, 테스트기 전체의 backbone이다. 단백질 (항원이나 항체)이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을 수 있고, 액상 시료가 적당한 속도로 잘 흡수되면서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기본조건이다.


처음 시료를 넣는 곳과 반대쪽 끝에는 각각 흡수성이 좋은 샘플 패드와 흡습 패드가 있어 membrane에 고르게 flow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Sample pad와 window 쪽 사이에는 다른 pad에 gold-항체 conjugate가 위치한다. 테스트기 내 각각의 pad나 membrane들은 도미노가 누워있는 것처럼 겹치게 구성하여 flow가 끊기지 않고 항원-항체 반응이 잘 유도될 수 있도록 한다.


간혹 세 줄로 나타나는 검사 형태도 있는데, 시료 중 무엇을 타깃으로 하는지에 따라 conjugate와 line을 형성하는 항원 물질, 항체의 종류나 순서만 바뀔 뿐 원리는 다르지 않다. 진단키트를 사용하다 보면 한 테스트마다 개별로 흡습제가 동봉되어 있다. 무엇보다 membrane이 손상되면 안 되고, 테스트기에 사용되는 항원이나 항체 등의 단백질은 그 결합능과 구조를 유지하고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건조된 형태로 유통되어야 하며, 때로는 표지나 활성에 따라 냉장으로 보존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진단키트에 사용되는 표지는 대개 분홍색, 자주색, 빨간색을 띤다. 표지로 사용되는 gold chloride가 (원래는 노란색) 열, 산, 염 등의 조건에 의해 핵과 전자의 재배열로 성공적으로 nano-particle 형태를 이루게 되면 선명한 붉은색이 되는데, 이 물질은 단백질과의 결합도 용이하고 안정적이어서 여러 시료와 반응하며 색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고농도로 축적될수록 짙은 색을 내게 되어 표지 물질로 활용하기 좋다. 표지나 결합능의 측면에서 항원이나 항체에 작은 변화를 줄 수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서로 특이적 결합을 하는 streptavidin-biotin 등이 반응에 활용되기도 한다.






모든 진단기법에서는 최종적으로 민감도와 특이도가 검증되어야 한다. 각각 양성과 음성을 정확하게 판별해 내는 테스트의 스펙을 뜻하는 것으로,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지 못하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진단법으로 활용할 수 없다.


시중에서 많이 활용되는 검사들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가지고 있는데, 체외진단의료기기, 또는 그에 준하는 성능을 위해 검사에 적합한 항원마커를 선정하고, 그에 특이적인 단클론항체를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코로나 자가진단키트의 경우는 검체 채취나 잠복기 등의 이유로 민감도가 높지 않은 상태로 널리 활용되다 보니 통상적으로 크게 신뢰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슷한 형태의 모든 검사가 신뢰를 잃을 이유는 없다. 좀 더 보편적이고 빠르고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형태의 검사도 우리 생활에는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하고, 실제로도 환경적 위험물질 (아플라톡신 등)을 판별할 수 있는 많은 키트가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일상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데 간이진단키트가 더 다각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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