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가 된 면역보강제
면역력을 올리세요 - 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말인가. 사람들은 정확한 답을 좋아한다. 어디에 뭐가 좋고, 아니면 이게 바로 여기저기 다 좋은 만병통치약이다 라는 대답 같은. 그렇게 하나의 조치로 간편하게 어딘가가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싶다. 치료의 측면에서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게 아닐까.
면역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리저리로의 신호, 반응, 영향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몰랐지만 사실은 온몸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면서 비타민D나 유산균을 무조건 챙겨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뒤늦게 연구되면서 여기저기 얽히지 않는 곳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면역.
우리가 경험과 학습 같은 기존의 감작으로 획득하게 되는 항체, 즉 체액성 면역은 input에 의해 자연스레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결과물 1에 해당한다. 하지만 면역은 항체만으로 작동하지 않고, 더 효과적이고 시스템적인 방어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세포성 면역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은 항체보다는 좀 늦었다. 그저 물리적으로 우리 몸을 방어해 줄, 정교하지는 못한 문지기 내지는 싸움꾼 정도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자연적인 감염에서, 이들은 함께 작동하고 훈련되어, 적어도 얼마간은 함께 '기억'에 의해 움직인다.
백신에서는 직접 항원물질이 되어주는 단백질이나 바이러스 등을 체내에서 효과적으로 운반, 유지할 목적, 또는 여러 면역시스템을 함께 자극해 줄 용도로 면역보강제를 사용한다. 면역보강제 (adjuvant)의 조건은, 용량과 같은 data를 얻기 쉽도록 활용된 전례가 많은 물질, 허가나 임상이 용이하도록 인간에서 사용 가능한 물질, 체액성 면역 유도를 돕고 보완하는 세포성 면역 활성화를 도울 수 있는 물질, 성능비교시험이 가능하도록 서로 다른 mechanism을 갖는 다양한 물질, target에 따라 mucosal adjuvant 등 다양한 작용부위를 고려한 형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왜 '면역력'과 '백신'을 같이 언급하느냐 하면, 처음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세포성면역 증강 목적의 물질들이 '백신의 보조물' 정도로 개발, 시험되다가 단독치료제로 임상과 치료에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TLR ligand인 여러 면역보강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제 많은 면역보조제, 면역증강제는 면역항암제라는 단독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표적치료 등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체내 고유의 면역력을 이용한다. 암세포가 변형을 통해 면역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도 하고, 암세포에 작용하는 면역세포를 더 활성화시키는 식으로도 작용한다.
암에 대한 면역은 특이하고도 어렵다. 체내에서 내 몸이면서도 내 몸이 아닌, 나를 공격하는 암세포는 스스로의 증식과 공격에 대한 통제를 잃은 상태다. 암세포가 항원을 외부에 노출하면 면역에 의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는데, 이 처음의 negative feedback을 암세포가 이용해 면역세포를 저해한다. 이 각각의 기전을 틀어막는 것이 기존의 암치료였다. 면역을 암치료에 이용하는 건 면역력을 높이거나, TIME (tumor immunity in the MicroEnvironment)를 정상화하는 방법이 있을 테고, 여기에 면역항암제와 기존의 치료요법을 함께 적용한다.
익히 활용되어 오던 tyrosine kinase inhibitor나 EGFR 등 성장인자 저해제, 여러 pathway에 작용할 수 있는 물질들이 연구되고 있고, 세포 치료, 암백신, CAR-T 등과 면역 요법이 혼합된 형태도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Neoantigen 암백신'은 개인의 암 항원을 인위적으로 다량 주입하여 면역 반응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이미 개발되고 있고, mRNA 백신 형태도 있다. mRNA 형태는 더 다양한 target을 목표로 더 손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맞춤형 고도정밀의료 시대가 더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