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피곤함
살면서 치과가 좋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건강할 때에는 그다지 중요성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조금의 문제에도 가장 쉽게 예민해지고 마는 몇몇의 신체부위 중 하나.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한 번 간 치과는 어릴 적에는 특유의 냄새와 무서움이, 커서는 여전히 별로인 통증과 이번엔 몇 개나.. 하는 돈 걱정에 늘 '가장 하기 싫은 일' 리스트의 상위권에 자리하게 되었다.
한창 신경치료를 받을 때에 생각했다. 별 것도 아닌 것 같은 치아 하나가, 내 삶을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들다니. 왜 인간의 치아는 평생에 고작 한 번밖에 새로 나지 않으며, 뭐 하러 굳이 신경이란 귀찮은 것까지 그렇게 속속들이 다 심어져 있어서 이렇게 자주, 우릴 힘들게 할까. 뜨겁고 차가운 것 따위를 느끼는 건 피부 상피세포 하나로 족하지 않나.
상어처럼, 파충류처럼 안과 밖으로 어긋나게 치아판이 배열된 동물들은 치아가 평생 빠지고, 또 새로 난다고 한다. 그래, 상어라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조금 납득이 간다. 또한 평생을 하나의 이빨로만 살아야 하는 설치류도 있으니 어떤 기준으로 그렇게 진화한 것일까.
아이의 이를 닦아주다가, 그 작은 이도 이라고 치실질에, 구석구석 닦아줘야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서, 젖니는 조금 덜 꼼꼼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무른 생각을 잠시 했다. 벌써부터 검진에서 이미 촘촘한 치열 때문에 후에 봐야 알겠지만 교정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얘길 들으니 심란했다. 영구치 관리는 젖니에서부터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다. 영구치가 후에 젖니의 뿌리를 흔들어대고 자리를 잡는 것도, 이미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영구치의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치아는 겉에서부터 에나멜, 상아질로 되어있고, 그 안은 신경과 혈관으로 구성된다. 혈관이 있다는 건 아마도 지속적으로 영양을 보충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보충받지 못하면 생물에겐 유지될 수 없고,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치아란 건 닦아주고 섬유질을 먹어주는 것이나 관리인 줄 알았더니, 몸이 알아서 관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공급되는 수분이나 영양을 통해 망가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경은 충치 같은 위험이 있을 때 알리기 위한 방어체계일 것이다. 찬찬히 보면 이유가 있는 것이었는데, 귀찮다는 이유로 우습게 본 것이다.
인간도 영구치 한 번이 아닌, 추가적인 새 이를 가질 수 있는 유전자가 있었다고 한다.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진화를 거듭해 사라져 버린 기능일 테지만, 치료를 위해서는 (신경치료든 임플란트든 교정이든) 너무 큰 고통과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문제다. 언젠가 위의 유전자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자연적 치료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유전공학적 측면에서의 골형성 기능 재생과 줄기세포 연구, 재료공학이 더해져 갈수록 치과 치료가 좀 더 접근하기 쉬운 것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