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인셋 Jun 19. 2023

백신, 이제 와서 안 믿어요?

백신에 대한 회의, 국가와 자본


의료계나 관련 전공자도 개인의 위생관념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 그리고 경험은 모두 다르다. 우리가 팬데믹을 처음 접하는 패닉 상황을 놓고 보면, 방역정책을 두고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갈리는 점은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어야 하던 보통 사람들에겐 화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의학적 지식보다는 행동 규범에 가까운 때문이었을 것이다.


백신의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은 것을 감안해도, 코로나19의 경험에서처럼 이토록 임상이 패스트트랙으로 간소화되며 대규모 접종된 사례는 없었으니, 가히 초유의 상황이라 할 만했다. 하필 이제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된 적도, 검증된 바도 없던 형태인 mRNA백신으로 개발이 되어서 혼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빠른 개발이 가능했던 것도 그 때문이긴 하다.)


백신의 시작은 전염병 상황에 쉽게 희생되고 말던 개개인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국가 관리 하의 개인이 시스템화되었으므로 백신은 공공정책일 수밖에 없고, 사회와 집단의 이익에 소수가 희생되기도 하며, 자본이 얽힌 사업이 되거나 투자와 규제와 분배의 문제가 그 끝에 늘 따라다니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공포 속에 지켜보던 뉴스에서,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며 콜드체인이나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문제도, 백신의 선공급 후 제조사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과 같은 '자본'과 연관된 문제들이 자꾸만 언급되었을 때에도 필요한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겼다. 실제로 희생되는 사람이, 수요가 있어도 돈이 되지 않는 백신은 과거에 개발, 보편화된 케이스가 거의 없다.


중앙에서조차 혼란이 계속되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규제나, 나라와 집단 간 서로 다른 결정, 어딘가에서는 효과가 그다지 보장되지 않는 백신조차 구하기 어렵고 또 어딘가에선 백신 수급을 놓고 힘을 행사하는 상황은, 기술과 유통과 논의과정이 이토록 좋아진 세상에서도 인간의 본성은 별로 달라진 게 없구나 생각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백신의 형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동안은 해당 바이러스를 직접 배양하여 처리하는 불활화 생백신이나 사백신이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정확도, 부작용 측면에서 유리했다. 하지만 보다 높은 안전성이나 효능을 목적으로, 항원작용기만 다른 생물 시스템에서 생산하여 사용하는 재조합 형태나, 인체 내에서 직접 발현되도록 하는 mRNA형태도 오랜 기간 개발이 시도되어 왔다.


각 백신들은 장단점이 있다. 변형된 후자의 형태들은 단백질을 발현해 내는 생물 시스템에 따라 실제의 바이러스 단백질과 미묘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생체 내에 들어와 면역이 작동하게 될 때까지 체내에서 유지되고 기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면역 증강제나 운반을 매개해 줄 물질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가 코로나 백신 접종 후 흔히 겪던 발열 이외의 부작용은 여기서 기인하는 것이 크다.


코로나 백신 접종 당시 도즈나 다음 회차 접종을 컨트롤하기 어려운 부분, 다른 형태 백신의 교차접종, 노인층에서 면역효과가 적은 점, 임상 데이터 부족으로 어린이나 기확진자에 대한 접종전략이 부족했던 점, 백신회피 균주 및 variant에 대처가 어려운 부분 등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국가의 체계와 공공의 관리 측면에서 보는 '백신'이란, 전체 접종률이 높아야 면역이 유지되는 단기적으로라도 교육, 경제, 건강 문제에 큰 타격 없이 사회 전반에 유동성 있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으나, 단 몇 프로라고 부르는 희생의 확률에 해당되고 만 개인에게는 그것이 100일 테니, 개인인 나 역시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 줄 생각은 없다.


부작용이 워낙 강하고 다양했기 때문에 이제는 백신으로 고통받은 분들도 찾기 쉬워졌고 아예 신뢰하지 않는 분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게 우리가 모르던 백신의 민낯이다. 잔인한 말이지만 면역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그동안 이렇게 대규모로 단시간에 임상처럼 적용되고 만 데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정책이었다는 것 때문에 더 편향되어 보인 것까지 덤이다.


피해는 오로지 개인의 몫이었기 때문에 불신이 팽배하게 된 현실도 이해할 수 있지만, 피실험자와 개발자의 입장 사이에서 '견해'와는 상관없이 우려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기후와 환경, 물리적 이동으로 인해 미래에도 인수공통전염병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아직은 백신 신뢰도를 회복하지 못했을 때 잃을 것이 더 큰 점이 걱정이다. 우리에게 코로나는 이미 보기도,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조금쯤 지나가고 있는 문제일지 모르나, 백신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총 20여 종에 달하는 백신을 맞도록 의무화되어있고, 그렇게 된 배경 - 백신이 나오기 전 세상은 역사 속에 있다. 우리는 사실 바이러스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맞다.


이젠 백신에 대한 일반의 이해도는 많이 높아진 만큼 신뢰는 좀 잃었다. 더 다양한 형태의 백신, 그동안 정복하지 못했던 수족구나 RSV 등에 대한 백신, 국내 코로나 백신, 췌장암 등 비감염성 질환에 대해서도 백신이 개발되고 있으니 더 안전하게 개발되고, 더 다양한 곳에 유익하게 적용될 수 있다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손이 뛰어난 테크니션, 기획력이 좋은 과학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