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인셋 Apr 22. 2023

퇴고를 어떻게 하세요?

가끔 지겨워서 버리고 싶은 글


글들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글을 쓰는 모양새도 누구나 다를거라 생각한다. 그건 단순히 글을 지어내는 능력이나 성격일 수도 있지만, 글을 대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맞다 라고 정해진 건 없을테다. 한껏 고민해서 쓰지만, 때로는 지웠다 다시 쓰길 반복하지만, 글도 결국은 결과가 중요하다. (과정은 좋거나 싫거나 쓰는 이 혼자서 짊어진다.) 누군가에게 전달된다는 측면에서 완성본은 하나다. 수많은 맥락과 연결과 단어와 분위기를 넘나들다가 읽힐 땐 마지막 하나다.


한 초짜 작가는, (나다.) 주제를 정하면 생각보다 술술 쏟아낸다. 쏟아내지지 않는 글은 괜히 오래 걸리기만 하고 매끄럽지도 않아서 만족도가 낮다. 결국 세상에서 사라지고 만다. 내용을 구성해놓고 쓰지도 않고, 그냥 쓰다보면 이렇게 하면 되겠거니, 한다. 엄청난 계획형 인간인 나지만 글은 그렇게 쓴다. 아마 주제를 꺼낼 때부터 '그에 대한 생각은 꽤 했어, 준비됐어-' 하고 말을 걸어오는 건지도.


그런데 표현이 문제다. 나는 '단어'가 주는 느낌에 좀 집착하는 편이고 평소에도 비슷한 느낌의 단어를 실에 꿰듯 갖고있다 늘어놓길 좋아해서 글도 좀 그렇게 쓴다. 더 나은 것을 하나로 정하지 못해서일까, 내가 느낀 감정을 강조하고 싶은 것일까.


그렇게 단어를 고치고 집어넣고 하다가 때때로 주어도 잃어버리고 이상한 문장이 되므로 단어 하나 고치는 데 온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하겠지, 할 것이다, 이런 걸 바꾸는 데도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그 문장만 보면 될 것 같은데, 의외로 그렇지가 못하다. 나는 같은 표현이 너무 지겹다. (지겨우면서도 좋아해서 또 쓰는 것도 많다.) 자꾸 읽어서 내 글이 질린다. 그런데도 짧게 쓰는 건 재미가 없다. 안 그래도 심심한 내 글이 앙상한 흰 가지를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갖다놓은 것처럼 느껴질까봐. (사실은 난 그것도 좋아한다. 나는 건조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수십 번 읽고 쓰고 하다가 (수십 번 봐도 이만큼이라는 건 조금 부끄러울 때가 있다.) 마지막은 거들떠도 안 보고 내보내버린다. 그렇게 들여다보고, 꼴도 보기 싫어서 좀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다시 봤을 때, 일부의 만족이라도 있다면 다행이지만 누가 이런 걸 썼는지 남탓을 하고 싶어진다면 어찌해야 하나. 대체 자주, 왜 그러는걸까.


쓰고보니 또 좋은 걸 만들지도 못하면서 괜히 투정 같다. 그냥 좀 궁금해졌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분명 나처럼, 박치기 하듯 모자라게 하고 계시진 않을 것 같으면서도 글이란 게 달리 방법이 있나..싶기도. 조금쯤 누군가 좋은 방법을 알려준다면 좋겠다 라는 심정이기도 하다. 글은 인생인데, 이렇게 쉽게 얻고싶어 하니 욕심쟁이다. 다들 고통도 즐기시는 걸까. 그렇다면 난 아직도 한참 모자라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중하게 다 읽고 누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