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정과 사랑의 기괴한 경계
어쩌겠는가. 내 알량한 기준에서 더 이상 상대에게 섣불리 욕심내지 않는 것. 그게 지금 타락해 가는 내가 유일하게 쥐고 있는 마지막 도덕성일 것이다.
그동안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 모든 이성적인 장치들을 다 잃어버리고, 이제는 그저 헐떡이는 본능만 남은 기분이다. 정작 나 스스로는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면서 남을 만날 때면 그토록 오만하고 엄격하게 들이댔던 잣대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풀려버릴 수도 있구나.
그런데 이 끈적한 감정이 사랑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아니, 솔직히 잘 모르겠다. 더 오래 같이 머물고 싶지는 않은데, 막상 같이 있는 이 찰나의 순간만큼은 미치도록 떨리는 것. 곁에 없으면 지독하게 아쉽고 목이 마른 것. 내가 그토록 혐오하며 들이대던 이성의 잣대들이 그 사람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무너져 내리고, 오히려 그 기괴한 균열에 내 마음이 더 크게 요동치는 것.
그저 내가 너무 오랜만에 미친 듯이 사랑에 빠지고 싶어서, 이 지독한 공허함을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발악을 하는 걸까. 아니면 그가 정말로 내 모든 잣대를 무너뜨릴 만큼 사랑받아 마땅한 대단한 인간이라서 그런 걸까.
확실한 건, 그는 이미 나에겐 이토록 통제 불가능한 예외적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흔해 빠진 평범한 남자일 뿐이라는 씁쓸한 사실이다.
그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이 혼란스러운 궤도를 다 지나치고 나면 그제야 정확히 알 수 있을까. 내 머릿속을 뒤집어 놓은 이 감정이 진짜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지독하게 외로워서 허덕이던 한순간의 천박한 욕정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