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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by 기묘염

정치는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선거라는 것이 아무리,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제도라지만, 나오는 작자들마다 개개이 명관이면 과연 선거제도를 통해 대표성을 획득하는 일이 애초에 가능한 일일까?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처럼, 딱히 내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모두의 의견에 따라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사람의 뜻인지 신의 뜻에 의해 호명되어 머리를 감싸 쥐게 되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후보자라고 나오는 사람들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상황이라면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애초에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다면 무너진 땅 위에 뭘 세우든 그게 뭐가 큰 의미가 있을까?.
바야흐로 선동가들의 시대라지만, 내란죄를 옹호하며 극단에 치우친 사람들과 함께 애매한 주장을 하던 황당한 사람과 뭐 뭐가 뭔지도 모를 수십 개의 재판으로 법원을 제 집 드나들듯.. ( 둘 다 누구라곤 말 안 했다. ) 하는 사람과 또 ,, 그 밖에 후보자는 젊은 인셀이라고 해야 하나. 장애인 혐오나 여성 혐오 발언을 개 당당하게 하던 사람이 도전장이랍시고 출사표를 던진다면 ( 던졌다곤 말 안 했다.. 누구라고도 말 안 했고, 뭐 셋 다 가정이다 가정. 그런 이들이 나오면 어쩔 것인가 뭐 이런) 그런 나라에서 (우리나라라곤 안 했다)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것이다. (어디까지나 가정이라고 얘기했던가?!)

여튼, 정치는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선택은 의무인가 권리인가 혹은 허상인가.
염병할 저녁에 뭐 먹을지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달리는 고달픈 인생들에게 어찌하여 이런 수고로운 짐들을 투척하시는지. 인구의 불과 몇 프로가 투척하는 똥에 인구의 대부분이 똥 밭 속을 허우적대는 게 인류의 유구한 역사라고 쳐도, 헤엄치는 입장에서 기분 더러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게 분명하다.
내가 진짜 이런 단순하고 질 떨어지는 표현은 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진즈 선거 정말 짜증 난다.! ((무슨 선거라고는 말 안 했다고 얘기했던가??)

,,
정치 이야기 바로 뒤에 육아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은 좀 어울리지 않지만,
다시 말해 인간의 가장 유구하고 역사 깊은 귀한 내리사랑의 이야기에 누추한 정치 이야기를 끼얹은 게 다소 격에 맞지 않으나. 내 기록의 가장 핵심 목적은 육아의 기록이다.

자기 전에 장영실 이야기를 읽어 줬는데, 마지막 연대기표에 눈을 감았다는 표현이 나왔다.
"엄마 눈을 감았다는 말이 무슨 말이야? "
"죽었다는 거야. "
그러자 아이가,
"나는 몇 살에 나 죽을까? 너무 무서워"라고 했다. 아이는 이제 7살인데, 죽음이 뭔지 그 개념에 대해서도 아직은 잘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본인의 죽음을 두려워하고, 거기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이고, 모든 존재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곳이라는 설명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모호했다. 특히
"요한이가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죽어서 천국 간대"
라는 말에는 더욱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어려웠다. 설령 천국이니 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인간이 생각하는 선악이나 가치판단과는 아무 상관 없는 곳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 아이에게 뭐랄까. 도덕과 신념을 상대적이고 가벼운 개념으로 받아들이게 할까 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니까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이라고 말하고 싶은 욕망을 참는 것만으로도 좀 버거웠다. 가끔씩 아이는 내가 생각도 못 했던 차원의 질문들을 던진다. 나는 거기에 대해 몰입하고 마음속으로 늘 대답을 준비하지만, 아이는 아직 내 대답을 들을만한 나이가 되지 않았다. 언젠가 아이가 내 대답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아마도 그땐 아이가 나에게 아무 질문도 하지 않을 나이와 겹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비극은, 그 지점에서 오는 것 같다. 서로의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상대에게 물을 말이 없는 것. 그래서 모든 세대는 서로의 이해 밖에 존재한다.
육아를 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다. 우리의 이해가 서로에게 미치는 범위가 지극히 짧을 것임을 예감할 때마다 이 거리를 조금이라도 연장해 보기 위한 작전을 모색하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승산 없는 싸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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