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다들 주식 얘기로 뜨거웠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이 나면 관련주가 무엇인지, 그래서 그걸 사면 이미 늦었는지 아직 늦지 않았는 지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졌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많은 총기 사고가 벌어지는 나라에서 왜 총기 소지를 합법화하는 걸까. 방산업체와 로비스트와 정치인들 간의 끈끈한 커넥션 때문이라고들 했다. 결국은 돈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른들이 돈 때문에 학교에서 아이들이 총기난사로 죽는 걸 두고 보다니 과연 미국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과연 미국이라니 나는 순진했다. 그건 미국이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우리는 돈이 얼마나 많나? 공무원 월급이 뻔하다. 다들 그저 용돈벌이 목적으로 재미 삼아 주식을 하고 있다. 그거면 된다. 그 귀여운 수준의 돈으로도 충분하다. 우리는 전쟁에서 잃게 될 목숨 값과 우리 통장에 들어올 소소한 용돈을 저울질한다. 때론 그 용돈을 위해 얼마나 전쟁이 지속돼야 하는지 어느 정도 어느 수준일지를 상상하거나 바라기도 할 것이다. 방산업체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의 자녀가 다니는 상위층의 학교에서 자녀가 총기난사로 죽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혹은 미국 본토에서 전쟁이 일어나서 거기에서 자신들의 무기가 소요될 확률은? 내 방구석에서 우크라이나만큼이나 멀겠지.
돈은 가깝고 비극은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주식이 주는 기쁨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코로나 초창기에 온 국민이 삼성전자의 주주가 되던 그 시기에 나도 처음으로 주식을 사보았다. 삼백만 원으로 삼성전자와 대한항공 주식을 샀는데 천만 원이 되어 있었다. 다들 왜 주식에 목을 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때쯤이다. 최고로 치솟은 주식을 되팔면서 이 돈으로 이제 뭘 사야 또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골몰하면서 생각했다. 아 코로나가 호재였는데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나는 이런 인간이다. 호재라니. 코로나가 파괴해버린 세상은 몇 개나 될까. 말 그대로 사라져 버린 인생과 그 가족들과, 수많은 셧다운과 그 사이에서 박살나버린 인생들. 나는 내가 이런 인간일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런 인간이라는 게 소름 끼쳐서 그 후로는 주식을 사지 않는다.
주식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내가 이런 인간이라는 게 문제인 거다. 이런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주식이다.
살다 보면 돈이 최고인 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돈은 정말 최고다. 최근에 넷플에서 돈 룩업이라는 영화를 봤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일류가 멸종될 위기에 처했는데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관련주를 사고 그 이득으로 거대한 집을 살 계획을 세우거나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진지하냐며 좀 릴랙스 하라고 충고한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혜성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모두의 삶이 끝장날 것이란 것도. 사람들이 믿는 건 오직 돈이다. 친구는 이영화를 추전 할 때 블랙코미디라고 했지만 내가 이해한 바로 이 영화는 하이퍼 리얼리즘이었다.
돈은 최고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정말로 우주에 존재하는 점 위에 점 위에 점이라면 우리가 찰나의 순간을 굳이 최고에 목매어 살 필요가 있을까.
인간은 본인의 변화는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변화란 어느 순간 갑자기 벼락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이에 물이 스며들 듯 서서히 번지는 것이라서 그렇다. 코로나가 호재였던 사람은 타인의 전쟁이 호재로 보인다. 그 후엔 뭐가 호재일지 상상하기 무섭다. 그때가 오면 세상의 모든 블랙코미디는 그저 리얼리즘이 될 것이다.
돈은 최고다. 하지만 세상엔 다른 것들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위선자라고 떠들겠지만 좋다. 나는 위악보다는 위선이 낫다고 생각한다.
돈은 최고지만 요즘 좀 지나친 것 같다. 이게 그저 나의 위선일 뿐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