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쉽지 않다.
지난주 일요일, 코로나 확진 문자를 받았다.
쾌재를 불렀다. 나는 직장인이니까.
모두들 견딜만하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나는 달랐다. 목이 아파서 물도 삼키기 어려웠고, 두통과 근육통, 가슴 전체가 울리는 기침이 시작됐다. 눈과 귀와 목, 얼굴의 모든 구멍이 아팠다. 기침을 하면 목이 찢어지면서 피가 나고 구역질이 나오기 시작했다. 후각을 잃어서 음식의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코로나가 걸리면 이렇다더라 하는 모든 증상을 온몸이 증명해 내는 과정이었다.
무려 일주일 병가를 받은 건데, 꼬박 일주일을 앓아누웠다. 그렇게 아픈 것도 억울하지만 진짜 억울한 건 일주일 중 단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다는 거다. 코로나는 직장인의 방학이고 일단 들어가는 자가 최후의 승자랬는데 나는 패배했다. 아직도 후각을 상실한 상태고 음식물에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쉽게 피로해지고 여전히 머리가 울린다. 기침이 계속 나오고 가장 바쁜 날 잘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다들 내가 방학이라도 즐기다 온 줄 알 텐데.
이런 개인차가 문제다. 나 같은 사람이 몸을 회복하는 데는 일주일이 부족하고, 남편은 확진 후 아무 증상이 없어 진심으로 푹 쉬고 있는 중이다. 인간은 다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단한다. 내가 직장으로 돌아가서 제일 먼저 들은 소리는 "뭐하고 놀았어? 재밌게 놀다 왔어?"였다. 아마도 재밌게 놀다 온자의 경험에서 우러난 첫마디였을 것이다. 나는 재밌지 않았다. 물론 놀지도 않았다. 집에서 쉰다고 쉬었지만 육아인에게 아이와 함께하는 휴식이란....
그렇다. 아이가 말을 걸 때마다 코로나가 함께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아이-"엄마아!!!"
코로나-"이 새끼야 아!!"
출근 한 지 4일 째지만 아직도 코로나가 나한테 말을 건다. 후유증이 남아서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하고, 냄새가 나지 않으니 음식에서도 맛이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입을 뗄 때마다 기침이 같이 나오는 게 문제다. 조용히 혼자 서류나 작성하는 직업이라면 좋겠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사람들이 올 때마다 숨을 참고 말을 고르느라 배에 복근이 생길 지경이다.
안녕하세 크억 컥컥컥 무엇크억크억 도와 크억 드려 크억억억
게다가 사람들은 본인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실내를 마구 들어와 활보할지언정, 마주 본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마른기침을 뱉는 것은 매우 찝찝해한다. 물론 본의 아니게 거리두기의 효과가 있어서, 내가 말을 하며 기침을 한번 할 때마다 사람들이 한 발짝씩 멀어져 나중에는 영수증을 주려면 일어서서 줘야 할 만큼 멀어져 있다. 뭐 두루두루 좋은 일이다. 그들은 코로나 보균자와 멀어져서 좋고 , 나는 민원인들과 멀어져서 좋으니 이거야 말로 코로나의 마지막 양심 같은 증상이다. 더 이상 전파시키지 않기 위해 기침으로 본인의 존재감을 알리는 거다.
진짜로 불편한 건 전화다. 실제로 마주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한 발짝씩 떨어지면서도 대놓고, 아이씨발 이라고 하진 않는데, 전화를 받다가 미친 듯이 기침을 하면 "아이씨발뭐라는거야" 라고 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의 몰상식을 성토할 생각은 없다. 발작적으로 쏟아지는 내 기침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전화통을 들면 발작적으로 쏟아지는 씨발을 멈출 수 없는 자들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들을 대하는 내 자세는 언제나 의연하다.
죄송 커억커억 씨컥컥컥컥 바컥컥 알 컥컥컥 이렇게 욕을 하면 기침속에 욕을 섞어서 대답해도 뭐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
"뭐라고?"
"아 고객컥컥컥 님 커 컥컥 미 컥컥컥 치 컥컥 인 컥 놈컥컥 죄송 컥컥 "
고상하기 짝이 없는 대화가 오갔지만 다들 못 알아먹고 제풀에 지쳐 알아서 끊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