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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Aug 29. 2024

 내 인생의 크림, 장자크길겐

11. 오스트리아/장자크 길겐(5)

오늘 일정은 바트 이슐에서 버스를 타고 장자크길겐으로 간다. 모차르트의 어머니가 태어난 곳이며  빙하가 녹아  옥빛을 띈 아름답고 투명한 볼프강 호수를 자랑하는 마을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에센스를 크림  중의 크림, 프랑스어로 크렘 드 라 크렘이라 표현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이야말로 여행의 크림이다.  



중요한 것은 내겐 모든 것이 처음인 곳, 우선 해발 152미터 츠뵐퍼호른 산의 정상에서 장자크 길겐을 만나기 위해 포스트정류장에서 빨갛고 작은 케이블카를 탄다. 15분 동안 별의 먼지가 일으키는 파동을 느꼈다.


산 위는 한국패키지 관광의 주코스라 한국인들 세상이다.  케이블카 레스토랑에서 김치라면을 끓여주고 있다. 여기저기 라면냄새가 산을 장악했다.


엄마, 잠깐! 하늘이의  목소리를 저장하고 싶은 순간.


다섯 살 하준이가 산책하다가 질문을 다. 반짝거리는 저 집은 누구 집이야? 응, 도깨비집이야. 그러니까 모른 척 지나가야 해.


일곱 살이 된 하준이가 산책하다 말고 할미를 가르친다. 저긴 도깨비집이 아니라 모텔이야. 할미는 그것도 모르고.


몫 좋은 곳마다 모텔은 도깨비집처럼 반짝이고 뷰 포인트다 싶으면 카페나 음식점이 들어차 버리늗 우리나라 풍경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여긴 어느 집을 봐도 수채화그림이다. 창문마다 꽃을 내걸고 잘 가꾸어진 초록정원에 깨끗한 집들뿐이다. 


마음까지 읽히는 동화 속  마을사람 1이  나라면? 빨간 머리 앤처럼 초록지붕집에서, 초록은 산이랑 숲에 묻히는 색이고 파랑은 산이랑 바다를 담는 색이라서 파랑이 좋다고 했던 하준인 파란색 지붕집에 사는 마을아이 1이 됐겠구나~


백조의 까만 다리도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볼프강 물속에 파란 하늘이 담겼다. 그 하늘에 하준이도 출렁이더라.


투명한 옥빛의 볼프강에서 백조가 된 딸을 알아 본 백조들이 다가왔다.


여행 중 스치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근사한 풍경이 되는 길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게 익숙해지는 걸 보니 떠난 길 오래됐네. 


길뿐이겠어. 모든 길들이  내  인생의 크림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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