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숙 Aug 22. 2024

바트이슐에서 씨씨를 만났다

10. 오스트리아/바트 이슐(4)

오스트리아 바트 이슐이다. 어제 늦은 오후에 닿은 바트 이슐은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다.  거리와 집들이 동화풍경처럼 예쁘다.



지질학자이기도 했던 괴테가 바트 이슐을 설명한다면? 수백 만 년 전에 바다였으나 각변동에 의해 융기하여 육지화된 곳이라서 소금과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지. 황제의 여름 휴양지이기도 해.


그리고 여행의 안내자 하늘이는 잘츠부르크에서 할슈타트로 가려면 꼭 들려야 하는 곳이 바트 이슐이야. 여행자에게 다음으로 가기 위한 중간 간이역쯤 될 거야. 


하늘이의 여행동행자인 난,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씨씨를 만나고 싶었어.


바트이슐 트라운강을 따라 나선 산책길 풍경


여섯 시쯤 되니 상점들이 하나둘 불을 끄고 급기야 마트도 6시 반이 끝이란다. 저녁 있는 삶을 사는 동유럽 사람들의 마을이다. 애플 망고 하나, 자두 알, 요구르트와 로즈와인 한 병 사들고 숙소 돌아가는 길에 일몰 산책을 하기로 한다. 트라운 강의 눅눅한 습기가 여행객이란 생각을 지워내니 밤마실 나온 바트 이슐 마을사람인 듯 풍경에 녹아든다.



바트 이슐에서 이틀을 묵은 곳은 1853년 프란츠 요세트가 첫눈에 반해 황후가 된 씨씨가 묵었다던 유서 깊은 아파트이다. 오랜 세월 속에서도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으며 내부는 모던하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황후로서 씨씨란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15세의 씨씨와 프란츠 요세트가 약혼하여 행복한 날들을 보낸 곳이 바로 바트 이슐이라 한다.



그녀가 그려진 쇼핑백을 갖고 싶어서 일부러 물건을 산 엄마가 낯설었던 하늘이가 쳐다본다. 고부갈등과 남편의 외도를 견뎌내며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 했던  그녀였으나 늘 당당했고 죽고 난 이후에도 오래오래 사랑받는 그녀가 부러워서 그런다. 왜?


지인의 출판기념회에서 명리학책선물 받은  이후 명리학에 입문했다. 세 권의 책을 읽고 나니  결국 모든 건 나에서 비롯됐으며 내가 일으킨 파동으로 순탄하지 못했던 팔자였단 걸 알아차렸다. 간여지동 사주의 여자와 화개살을 6개 가진  남자가 함께 사는  삶이 평탄할 리가 없을 밖에.  어둠으로 빛은 그 속성을 더욱 발하는 법이며 불안과 고통과 오해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봐야 불행의 타격도 별 거 아니지 않던가. 다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길이 보이듯이 모든 게 그렇더라.


 세상을 원 없이 주유하다 61살에 그녀는 또 다른 세상으로 미련 없이 여행을 떠났다. 61살을 훌쩍 넘겨버리고도 , 아직 지구를 여행 중이다. 아무튼 하늘이와 비트이슐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거면 됐지.

이전 09화 대성당 가는 길에 만난 풍경 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