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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Sep 05. 2024

할슈타트의 선로 일탈

12. 오스트리아/할슈타트(6)


콘디토레이 카페 자우너! 1832년부터 황실에 디저트를 납품했다는 카페가 이틀  머물렀던 아파트 맞은편에 있어 달달한 초콜릿케이크에 커피 한 잔이 간절했으나  워낙 대기줄이 길어 내내 불발이었다. 오늘 아침 바트 이슐을 떠나는  사정을 헤아렸는지 드디어 카페의 문턱을 넘어섰다. 씨씨가 머물렀단 숙소보다 여기가 황실이 아닐까 싶게 화려하면서도 엔틱 하다. 그리고 온몸을 휘어 감는 초콜릿 향기, 초콜릿 가격이 비싼 게 향기까지 값을 매긴 탓일지도.


 초코파이 하나, 초콜릿 한 봉지, 원두커피 한 봉지 샀다. 오늘은 잘츠카머구트의 진주라는 할슈타트에서  빈으로 이동 예정이라 기차를 세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극한 일정이다. 달달한 초콜릿의 충전이 필요한 날이라는 거지.


바트이슐에서 기차가 지연되는 덕에 세 장의 엽서에 끄적인다.

바트 이슐에서 예고 없이 기차가 이십 분이나 지연됐다. 덕분에 바트 이슐과 천천히 작별인사를 나누었으니 아쉬운 맘 없이 할슈타트행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내릴 정거장이 아닌데 기차가 멈췄다. 사람들이 우왕좌왕 모두 내리는데  한국 여행객들만 남아 영문모를 표정이다. 하필이면 오늘까지 할슈타트역이 공사 중이란다. 미리 내려 버스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이를 알지 못했던 한국 여행자들만 당황한 참이다. 어찌어찌 우리와 같은 모녀 두 팀과 남매팀으로 오해한 예쁜 모자팀 모두 여섯 명의 여행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버스가  도착하기 전에 함께 할슈타트 산책을 한다. 서로 이름을 묻지 않아도 친근한 느낌이 바로 끈끈한 동포애였던가.


우리의 여정은 짜놓은 그대로 찾아가는 길 찾기였다. 모범생처럼 따박따박 걷던 길에서 잠시 오류 났던 상황이 불행이었냐고?  아니, 또 다른 인연을 만나게 하기 위한 길의 배려였겠지.


 점심을 먹은 할슈타트 식당에서 하늘


거대한 호수에 에워싸여 있는 할슈타트는 어디가 하늘이고 호수인지 정말 모를 지경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다 갖다 펼쳐놓은 그림이 이러할까,  자연이 우리를 데려간 종착점이라 할까.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시기가 따르기 마련이어서   중국관광객들로 온 동네가 떠들썩해지니  거창한 산책을 멈춘다. 어차피 떠날 시간이 된 참이다. 아름다움과 멀어짐은 안타까우나 소란을 벗어남은 다행이니 품위 있게 작별한다. 안녕, 할슈타트!


아름다운 감각을 한층 키워준  할슈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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