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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Sep 19. 2024

모름지기 시끄러운 고독쯤은

14. 오스트리아 /빈(8)

동유럽은 프라하의 문전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고전적인 옛 역사가 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고. 체코의 작가  보후밀  흐라발은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서  말한다.


쉰부른 궁은 내부촬영 금지라 정원에서 합리적인 자유를 만끽한다.

쉰부른 궁으로 향하는 길은  십오 분가량 나무정원길을 지나야 한다. 절대 속을 보여줄 수 없다는 쉰부른 궁이지만  수 만 가지의 초록들이  황실의 가족사를 까발리느라 시끄러운 고독이 머물 틈이 없다.


프란츠 요세프 황제는 무도회에서 열다섯의 엘리자베스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군. 원래 정혼자였던 엘리자베스의 언니 대신 그녀와 결혼하여 아이 넷을 낳고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시작했대.


 그러나  시어머니와 고부갈등이 심했고 아이가 둘이나 죽었으며  황제마저 바람을 피웠다는구나. 맘둘 곳 없던 씨씨는 여행을 즐기다 결국 61살의 나이에 죽고 말았다는 얘기야. 결혼은 무덤이라 했던 그녀의 말 그대로 된 거지.


 씨씨와는 다르게 열여섯 명의 아이를 낳고 남편을 먼저 여읜 씨씨의 시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는 죽을 때까지 남편을 그리워하여 추억의 방을 만들었고 그녀가 죽을 때 남편과 살았던 시간을 초단위까지 적어 손에 쥐고 있었다는 얘기는 의외의 감동을 준다.


합리적이지 못한 결혼제도로 고통받았으며 아름다워지기 위하여 평생  다이어트에 집착했던 씨씨의 삶은 불행했을지라도 그녀는 아름다운 황비로 기억되어 지금도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래도록 할퀴며 살 것인가, 사랑했던 순간만을 남기고 짧게 살다 가는 게 행복한 걸까. 모름지기 시끄러운 고독 정도는 즐길 줄 알아야 사랑받는 거란 건 알겠는데 당최 삶은 모르겠어.



쉰부른은 아름다운 분수란 뜻의 여름궁전이다. 궁전 뒤로 솟아있는 언덕 위로 글로리텔(작은 영광)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 넵툰분수가 흐르고 있다.


일몰  즈음 닿은 곳이 까를 성당이었다. 그림 그리고 있는  학생무리를 오래오래 바라보며 앉아있었더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까지 풍경에 함께 담아낸다. 은근슬쩍 즐기는  중 한국 젊은 커플이 사진 찍어드릴까요? 말을 건다. 당연하지!


씨씨 황비와 클림트, 모차르트 세 사람의 유산으로 빛을 발하는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밤은 계획이지 않은 P성향의 나를 변화시킨다. 하준이와는 체코를 옆지기와는 오스트리아를 다시 와야겠어!


프라하의 문전에서 시작한 동유럽 산책이 오스트리아 끝지점에 닿으니 모든 게 애틋하다.  내일은 기차를 타고 빈공항으로  이동한 후 자그레브공항에서 트랜스퍼하여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긴 여정이다. 드디어 크로아티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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