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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Aug 15. 2024

대성당 가는 길에 만난 풍경 둘

9. 오스트리아/찰쯔부르크(3)

하늘을 장악한 파랑이 더할 나위 없이  투명하여 잘자흐 강 위로 찰찰 흐른다. 걸을 때마다 파랑이 피어나  하늘과 강의 경계가 지워져 간다.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또는 다시 가지 못할 길걸음이라 매 순간 애틋하게 걷다가 만난 이상한 풍경 하나!


걸인이라고 하기엔 젊고 깨끗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길 모퉁이에 오도카니 앉아있다. 환전상들일까? 수상한 물건을 파는 중일까, 검색해 보니 걸인이란다. 구걸하는 속사정이야 모를 일이고 나한테 돈 좀 줘 봐! 도도하게 요구하는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에 불편해서  하늘로 시선을 돌리고 구름이 예쁘다고 너스레 떨었다. 저들은 저들만의 사정이 있을 테니 모른 척할 밖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길 따라 걷다 보니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았다는 성당이 맞아준다. 체코 성당의 부드러운 선과 달리 여긴 굵고 선명하다. 천장과 벽면마다 성화가 그려져있어 보는 눈도 바쁘다. 많은 여행객들이 관람 중인데 고요한 정적 속에 바람을 미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황금지구본 위에 서 있는 젊은 모차르트


호엔잘츠부르크 요새로 향하는 레지던츠 광장에는 커다란 공모양의 조각이 자리하고 있다. 스테판 발켄홀의 스파이라(Sphaera), 구란 작품이다. 황금지구본 위에는 젊은 모차르트가 서 있다. 모차르트와 같은 곳을 바라보거나 손바닥 위에 젊은 모차르트를 올려놓은 사진을 찍는 명소라 사람들로 발 디들 틈 없다.



볼거리 많은 곳이라 눈 둘 데 많아 두리번거리다가 말똥을 밟을 뻔했다. 발아래 세상은 말똥들이 징검다리를 만들어 냄새나고 축축하고 지저분하다. 말똥 밟을 뻔해서야 알게 된 아름다움의 이면에 탄식하는 중인데 종소리가 울린다. 사람 사는 사는 세상이 어디 아름답기만 하겠냐고.


14 ×10 잘츠부르크요새에서 엽서에 끄적끄적


호엔잘츠부르크 요새는 한 번도 점령당한 적이 없이 완벽하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성이다. 오르기 위해선 푸니쿨라를 타야 한다.


푸니쿨라 탑승장 표지판


푸니쿨라엔 한국여행자들이 꽤 많이 탑승했다. 웃으며 눈인사 건네는데 다들 슬그머니 피한다.


이상한 풍경 둘, 여행지에서 한국사람을 마주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대개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 오히려 다른 나라의 여행객들과는 눈인사나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데 말이다. 가끔 아주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반가워하려다가 이내 동행 중인 젊은 자녀들에게 저지당하기 일쑤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 딸에게 물으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보니 존중과 배려를 하느라 그렇단다. 그런 까닭이라면 웃으며 인사를 해야지! 잘츠부르크에선 이 말 한마디로 끝냈지만 사실 아이들 유학초기 미국에서 이런 일들로 푸른 하늘과 대판하고 열하루 조기귀국했던 당사자이니 또 시끄럽게 굴 필요가 없지.


프라하 성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많은 사람들에 밀리고 치인 끝에 내 옆까지 온 한국아가씨 가방을 앉아 있던 내가 들어준다고 달라고 하니 화들짝 놀라다가 결국 내 무릎에 내려놓고부터 말문이 술술 터진다. 원래 엄마랑 같이 올 계획이었는데 여의치 않아 자매가 왔다며 모녀가 함께 여행하는 걸 엄청 부럽다고 덕담을 나눴다. 체스키 식당에서도 꽉 찬 식당에서 먼저 자리 잡은 자리 한 칸 내어주니 마냥 고맙단 모녀의 행복한 얼굴, 바라보는 내가 오히려 수지맞은 기분이었다. 당최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일 밖에.


요새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로즈와인과 .

오래오래 보고 걷고 바라보다가 모처럼 큰 지출을 감행하기로 한다. 요새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며 로즈와인부터 달지 않은 모스카토까지 장미향이 퍼져 나오는 맛에서 깔끔하며 달짝지근한 맛까지 섭렵한다.


맛있는 포만감은 초고속으로 행복충전돼서 날개를 달고 바트이슐로 향한다. 아파트에 이틀 묵을 예정이라 여유로울 테고 뜨겁고 매운 진라면을 먹을 생각에 신나는 순간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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