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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Aug 08. 2024

꽃향기가 선물한 기억은

8. 오스트리아/ 찰쯔부르크(2)

미라벨 정원을 산책한다.


꽃마다 내려앉은 햇살 덕에 눈부신 정원의 자태를 무방비로 닥뜨린다. 이럴 땐 눈보다 코가 더 정확한 법이다. 마구마구 섞여 흘러들어오는  꽃향기임에도 우아하면서도 매혹적이다.


꽃향기는 나이 든 사람일수록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데 강력한 효과가 있다니 내겐  어떤 기억을 선물할까?

미라벨 정원가는 길

미라벨 정원은 1606년 대주교가 살로메란 여인을 사랑하여지어 준 여름궁전이다. 둘은 이곳에서 아이를 15명이나 낳았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대주교는 결혼할 수 없는 몸이어서 요새에 갇혀 외롭게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품고 있다.


로판웹툰으로 본 적이 있는 듯한 논픽션이라 한껏 새드엔딩을 상상하며 걷는 산책길이 무거운 참에 밝고 경쾌한 도레미송이 산뜻한 뮤지컬로 바뀐다.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에서 마리아가  폰 트랩 대령의 집으로 가면서 춤추던 길과 아이들과 도레미송을 부른 장소가 바로 미라벨 정원인지라 곳곳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출현하는 장면을 마주친다. 


미라벨 정원벤치에서 하늘

도. 레. 미~ 노래 부르며 춤추는 사람들을 보며 떠오른 기억은 향기를 맡으면 힘이 세진다는 추억의 애니메이션 꼬마자동차 붕붕이다.


내일은 이곳을 떠나는 날이니만치 스멀거리는 몸살기운은 두고 가야 하니 아주 커다란 기운이 필요한 참이다. 온종일 꽃향기를 맡았으니 기운이 세졌겠지?


꽃 지우는 나이의 엄마와 꽃 같은  딸이 함께 걷는 길이 미라벨 정원이라서 좋다.


아무튼 하늘이와 미라벨 정원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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