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상어는 이빨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하준이와 할머니가 함께 그리는 제주이야기/제주해양동물박물관

by 동숙

매혹적인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의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네 음식을 배고픈 사람들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네가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면서 걸어라.

기억하라. 만약 네가 도와줄 수 있는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달린 손을 이용해라. 내가 더 나이를 먹는다면 너의 손이 두 개란 걸 알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위한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남을 위한 손이다.


은막 생활을 접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던 오드리 헵번이 죽기 전 아들에게 보낸 편지예요. 하준이와 함께 제주에서 사는 내내 헵번의 편지처럼 지내고 있다는 걸 알아챘어요.


아침부터 눈뜨자마자 공차러 가자는 애를 꼬여 포켓몬 보면서 늘어지는 참인데 하준이가 고민이 있답니다. 왜 제주도엔 포켓몬빵이 없냔 거지요. 왜 없겠어요. 할미가 빵이 있을 때 안 가서 그렇지. 미안한 맘에 오늘은 제주마트 띠부실 사냥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하준이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할미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영웅이 형아의 노래를 불러주며 할미를 일으켜 세워요. 그래 오늘은 포켓몬빵 2개 사들고 제주해양동물박물관으로 가자!


제주해양동물박물관




제주해양동물박물관은 아이와 함께 가면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요. 여기도 우리뿐이다? 어쨌든 놀려고 왔으니 혼자라도 휘젓고 제대로 놀아줘야지요! 들어서는 입구부터 알록달록한 물고기들과 자연장난감들이 구석구석까지 꽉 채워있어 신나게 놀기 좋은 야외숲놀이터예요. 밖에서 한참을 놀다 들어선 내부엔 박제된 개복치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그리고 <고흐의 정원> 파충류관의 친절했던 누나처럼 안내해 주는 선생님이 또 친절게이지 만땅이에요. 이러다가 제주에서서 친절면역에 걸릴까 봐 걱정입니다.


안내 선생님께 커다란 돋보기 하나, 체험학습지 2장을 받았어요. 제주해양동물박물관을 돌면서 미션을 클리어하는 체험학습지와 상어특별관, 상어를 찾아서 스탬프를 찍어 완료하는 학습지 2장을 가슴에 소중히 들고 탐험 시작하는 하준이는 열공모드로 돌진합니다!


아기자기 예쁘게 전시돼 있는 해양동물들보다 한 켠에 마련돼 있는 도서관에서 하준이는 흥분모드를 켜고 탐색합니다. 수많은 곤충, 해양동물에 좋아하는 야구까지 벽면을 꽉 채운 책들을 다 펼쳐볼 태세예요. 제주에서 함께 하는 동안 절대 채근하지 않겠다, 했으니 할미도 하준이 따라서 같이 책을 펼쳐듭니다. 책 넘기는 고요가 익숙하지 않은 하준이는 슬그머니 일어서요. 이래서 아이뿐 아니라 할미도 기다려 줄 줄 아는 어른이 돼야 한다는 게겠죠.


고래상어는 이빨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체험학습지 7번 문제예요. 전시장을 대충 돌아본 할미는 헷갈려하고 있는데 하준이가 있다에 연필로 동그라미를 칩니다. 맞아? 하준아? 삐뚤빼뚤 체험학습지 미션 클리어! 스탬프 팡팡 찍고 친절한 선생님께 100점 받았으니 하준이가 1등 학생이지요. 선물로 해마도장을 팔에 꾹 ~


근데 하준아, 표정이 왜 그래? 살아서 눈 껌뻑이는 상어를 보고 싶었단 얘기예요. 맞지, 다 박제돼 있는 동물들 뿐이었지. 아~ 내일은 제주아쿠아를 가야한단 겁니다.


제주도 맛있는 밥상 <솜빡>


오가는 길에 맛지도 상단에 올라있던 솜빡(가득이란 제주도 방언)은 향토음식점이라기보다는 파스타를 파는 음식점인 줄 알았어요. 솜빡이란 이름이 쌈박하고 한번 꼭 들르고 말 테다, 했는데 오늘 드디어 솜빡에 갑니다. 이렇게 결심까지 해야 했던 건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오후 서너 시쯤 문을 닫아서 통 찾아가도 열린 문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신산리 옆동네 신천리벽화마을 입구 맞은편에 있습니다.



제주 전통음식으로 각재기국과 접짝뼈국 두 가지만 팔아요. 이 집도 로컬맛집인 게 손님의 대부분이 제주도 사람들이에요. 정갈한 음식과 생선튀김, 제육볶음이 곁다리 반찬입니다. 옆지기와 함께 접착뼈국을 주문, 하준이는 늘 들고 다니는 단짠진수봉인 김으로 밥 한 공기 뚝딱합니다. 무를 넣어 말갛게 끓여낸 뼈해장국이라 시원하면서도 뭔가 색다른 맛이에요.


생소한 음식임에도 맛있다, 평가한 까닭은 역시 젊은 내외의 친절함과 깔끔한 내부, 정갈한 반찬 덕이지요.


꽃 같은 너로 인해 봄이 한 뼘 더 가까이 온 듯해.

오늘도 하준이가 보낸 사랑으로 할미의 가슴은 솜빡!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