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이와 할머니가 함께 그리는 제주이야기/아쿠아플라넷 제주
오늘도 돌고래가 놀러 온다는 신산리 앞바다에 자리를 잡고 야구하다 공차다가 돌고래가 언제 나올까, 기다리는 하준이에요. 마침 바다 옆 지환이네 포장마차에서 지환이 형이 돌고래는 6~8월에나 볼 수 있다고 알려주니 얼굴 한가득 나, 속상해를 그립니다. 그래 오늘이 그날이에요! 제주 아쿠아플라넷가는 날!! 할아버지가 선언하니 하준이가 얼마나 신났는지 90도 인사를 하고 뽀뽀선물을 해대요. 어라! 신산리에서 18분 거리예요.
성산일출봉이 바로 앞에 보여요. 생텍쥐페리가 성산일출봉을 보고 어린 왕자의 코끼리모자를 구상하지 않았을까, 싶은 풍경이 선사해 주는 감동에 흠뻑 젖으며 들어선 제주아쿠아플라넷은 개장시간 보다 일찍 온 덕에 썰렁하리 만큼 여유로워요.
사실 미국에 살고 있는 레일라니은하수랑 미국에서 가장 크다는 조지아 아쿠아리움에 이미 다녀왔어요. 레일라니가 생일날 피시를 선물 받고 싶다고 해서 식구들이 출동했는데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에 감동이 동하지 않는 할미라선지 기억나는 건 조지아 아쿠아리움 입구에 당당하게 전시돼 있던 기아의 전기자동차 ev6밖에 없네요. 이번에도 하준이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온 셈일 뿐이지요. 뭐~ 내 의지가 아니었으나 곁가지로 따라왔다가 더 즐기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인데 오늘 할미가 그랬어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물고기 먹이 주는 시간입니다. 이쁜 누나가 걸어 다니는 물고기에 대해 설명해 주니 하준이는 또 반짝반짝 열공모드예요. 할미는 신비로운 바다생물보다 바다생물들이 뿜어대는 그 황홀한 색감에 전염돼 행복하고, 하준이는 바다생물 탐구미션 수행하는 학자포즈로 이인이색으로 즐긴 아쿠아리움입니다.
6000천 톤의 물이 담겨있는 메인수조에서 가오리 먹이 주는 공연과 해녀할머니가 물질하는 시연이 펼쳐졌어요. 조지아 아쿠아리움의 규모가 훨씬 더 크고 좀 더 다양한 볼거리가 많았지만 즐길거리는 제주아쿠아플라넷이 압권이에요. 흑가오리 먹이 주는 시간! 긴 통에 먹이가 될 정어리들이 하나둘 내려가면 가오리들이 아주 조그만 입으로 받아먹는 모습을 즐기는 거예요. 음악과 가오리들에게 정조준된 꽃모양 조명이 생각 외로 멋져요. 먹는 존재로서 가오리의 식사시간을 훔쳐보는 모양새인데 이게 이렇게나 열광할 일인가 싶게 환호와 감탄이 쏟아집니다. 하긴 먹고사는 일이 인생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 할미도 눈을 반짝이며 사진 찍느라 바빴단 거지요.
이어 성산 앞바다에서 지금도 물질을 하고 있다는 해녀할머니들이 물질시연을 펼쳐졌어요. 원래 만 명 넘는 해녀들이 있었으나 현재는 3,900명의 해녀가 남아있다고 해요. 그나마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 소멸위기를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줍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션아레나공연이 곧바로 이어지니 하준이는 즐거울 뿐이에요. 1부는 무지막지하게 예쁜 잭키와 쇼단원들이 펼치는 다이내믹 아쿠아쇼. 인형처럼 예쁜 누나들이 펼치는 춤사위에 얼음, 잘생긴 형아들의 아쿠아쇼에는 입이 쩍 벌어지는 하준이의 기준이 뭘까요? 역동적인 짜임새로 40분이나 이어지는데 이 게 순식간에 지나가요.
2부는 바다사자 치코와 돌고래 릴리의 쇼! 하주니는 바다사자가 손뼉 치라고 하는 거랑 돌고래가 곰 세 마리 노래를 부르는 게 젤로 재밌었다며 또 보고 싶다고 난리예요. 절대 안 나갈 기세이니 뭐~ 다시 한번 더 봤단 얘깁니다.
결국 오후 4시 돼서야 하준이가 웃으며 집에 가도 된다고 허락을 해줍니다. 할미와 할아버지는 기진맥진 바닷속 흐물거리는 파래 같아요. 이럴 땐 치맥!!
마침 제주아쿠아플라넷 근처 어머니닭집이 검색에 딱 걸려요. 주차장이 넓으며 포장만 가능한 로컬맛집이래요. 국내산 신선한 닭고기만 취급 판매한다는 문구가 살짝 신뢰가 갑니다.
눅진눅진 피곤함이 꿀수면제가 돼서 잠자는 내내 바다 속을 헤엄치는 꿈을 꾸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