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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Apr 18. 2024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달빛투어

4. 꽃다운푸른과 함께 그린 스페인여행/바르셀로나 고딕지구

낮밤 가리지 않고 달 떠 상그리아로 적셔댔더니 여기가 술페인줄 아냐고  딸들이 한 마디씩 해댄다.


구엘공원에선 비누방울조차 꿈을 꾸더라


위대한 가우디의 예술로 광채 나는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어찌 정분 나지 않을 수 있겠어?



예술은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은 진실의 광채이다. 진실 없이는 예술이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은 자연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부터 나온다. 인간의 작품은 이미 인쇄된 책이다.

나는 잠을 잘 때 꿈을 꾸지 않는다. 나는 깨어 있을 때 꿈을 꾼다.

직선은 인간이 만든 선이고, 곡선은 신이 만든 선이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가우디의 말을 곱씹으며 바르셀로 라발 호텔 루프탑 테라스에서 일몰을 지켰다. 어디서고 지는 해라지만 저토록 황홀한 인사라니 난, 그저 엄숙한 침묵으로 답한다.

 


오늘 늦은 밤엔 유로자전거투어를 할 거야~

난, 자전거를 못 타는데?


여자가 깔깔거리며 웃는데 왜 웃는 줄 모르는 나도 따라 웃다 보니  주름살이 화들짝 제대로 펴졌다. 덕분에 여행 내내 웃긴 얘기 단골메뉴로 저장당했지만 즐거운 굴욕이다.


유로자전거투어는 자유여행객을 위한 맞춤식 가이드(일인 5유로)로 여럿이 함께 는 바르셀로나 골목길 밤마실 투어다. 자전거 대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거라면 유로 두 발로 투어라고 했어야지~


깜깜한 밤, 초승달이 지켜보는 바르셀로나의 골목길을 가이드가 나눠준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 서른 명의 자유여행자  틈에 섞인 게 스스로 대견스러워 옆에서 걷는 딸아이 어깨를 토닥였다. 그야말로 딱 맞춤이다!


영화 '향수'에서 남주가 첫 살인을 한 산 필립네리 광장
콜럼버스가 첫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 이사벨 여왕을 알현한 왕의 광장


 유로자전거 달빛투어는 가우디가 만든 레알 광장의 가로등 아래에서부터 시작한다. 낮에 돌아다니며 도화지를 샀던 화방거리가 아비뇽거리였고, 그곳에서 피카소가 매춘녀들과 어울리며 보낸 기억들을 그린 그림이 아비뇽의 여자들이란 것과 영화 향수에서 살구아가씨를 만나 그녀를 살해한 음울하고 기괴한 그 옆 작은 쪽문이 가우디가 고해성사를 드리고 사그리다 파밀리에 성당을 지었다는 이야기, 웅장한 바르셀로나 대성당, 콜럼버스가 첫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 이사벨 여왕을 알현한 왕의 광장을 지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을 촬영했다는 카탈루냐 음악당에서 마친다. 밤이란 더할 나위 없는 배경에 덧입힌 이야기들이 마법의 주문 같아서 끝나지 않길 바랐다.


충분히 좋았다. 적절한 달빛과 적당한 설명과 절묘한 음악,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길마다 달빛이 따라다녔던 달빛 투어 내내 난 초승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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