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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May 16. 2024

누에보 다리 아래 떠있던 조각배, 반달이었네

8. 꽃다운푸른과 함께 그린 스페인/론다

카사 두앤데 델 타호 32번지/모바일그림

말라가에서 론다로 가는 길엔 초록과 동색을 이루는 하늘길들이 꿈꾸듯 함께  따라왔다. 명백히 행운의 조짐이다.


론다 32번지 숙소, 카사 두앤데 델 타호는 하얀 바탕에 노란 색으로 테두리를 마감한 상큼한 집이다. 열린 문으로 빼꼼히 들여다봤다가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매직이야!


가운데 널찍한 거실엔 책이 가득한 책장과 벽난로, 기묘한 벽장식, 그리고 어항에 들어있는 물고기 인형 하나, 부엌에는 세탁기랑 냉장고가 두 대 있다. 이깟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건 현관입구에서 직진으로 바라보이는 테라스 풍경이다. 누에보 다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테라스 뷰라니~


15× 20/스케치북에 붓펜과 볼펜으로/숙소 테라스에서 바라보이는 누에보 다리


테라스엔 눅눅했던 빨래를 어르고 달래기에 충분한 바람이 미리 장악하고 있었다. 눅진한 몸뚱이쯤도 금세 파르르 싱싱하게 일으켜 세울 듯 바람의 세기가 강이어서 빨래집게가 꼬옥 필요한 바람이었다.


딸들이 론다 산책을 나가며 끝내 나를 데려가지 못했다. 나 홀로 온하루 이곳에서 머무르고 싶었던 바람을 또다른 비경과 맛있는 점심과 맞바꾸었다. 바람 타는 여자는 바람 앞에서 멈춤을 아는 법이니! 때때로 어떤 것에도 상처받지 않는 자유로운 바람이 되고 싶었던 나의 바람이 누에보 다리를 마주하는 동안, 온전히 충전됐다.


20×15/스케치북에 붓펜과 볼펜으로


이것도 다아 햇빛이 있어야 꿈꿀 일이다. 밤이 되면 밤의 시간을 맞이해야 해. 햇빛이 사라지기 전에 누에보 다리의 스케치를 마무리해야 해. 부분조명을 켜야 하는 밤시간에 그림을 그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 말이야. 그리고 별들을 한가득 싣고 반달이 나타날 즈음이면 상그리아를 마셔야 하니까.


모바일그림/누에보 다리 야경


저녁 일곱 시에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두었던 꽃할배 소꼬리찜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소꼬리찜과 감바스에 배부르고 상그리아에 취한 론다의 밤, 누군가 누에보 다리를 가리킨다.


누에보 다리 아래 조각배 하나 떠 있네. 아니, 반달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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