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객

부끄러움은 나의 몫

by hui


종종 외국인 고객이 영어로 길을 물을 때가 있다.

아는 단어도 생각이 안나고 숙어도 헷갈린다. 단어들을 조합해 문장으로 얘기하려면 머릿속에서 정리하느라 째깍째깍 시간이 흐른다.

00역까지 어떻게 가느냐고 묻는 고객은 가장 안내하기 쉬운 편이다. 어느역에서 몇호선을 타라고 노선도를 가리키며 얘기하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소통이 쉽다.

그런데 종이에 휘갈겨 쓴 주소를 내밀며 여기에 어떻게 가느냐 묻는 사람도 있다. 핸드폰 지도앱 켜고 부지런히 검색해보면 정확한 주소지가 아닌 경우도있고 주소를 헷갈려 한참 반대로 와서는 다시 묻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면 틀린 영어든 손짓으로든 번역기로든 어떻게든 안내해 주면 되는데,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카드 잔액이 부족해서 여러대의 발매기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기만 하는 외국인을 보고 수차례 나가서 대화를 시도해도 묵묵부답 자리만 피했던 사람도 있었다.

오늘은 안산역까지 어떻게 가냐는 외국인 고객에게 짧지만 정확한 문장으로 안내를 마치며 이만하면 부족함이 없었다라고 스스로 뿌듯할 때 즈음 그는 나에게 한 마디를 더 물어 왔다. 급행열차는 언제 다니냐고. 오늘은 토요일이라 주말에는 급행이 안다닌다고 얘기하려는데 왜 ‘주말’이 당최 영어로 기억이 안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나는 또 혼돈에 휩싸였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던 나는 당황함을 감추며 이렇게 외쳤다. “No holiday!”

자리로 돌아와 늘 그랬듯 나는 지나가버린 부끄러운 순간을 곱씹었다.. 홀리데이라니.. 홀리데이라니.. 위켄드가 아닌 홀리데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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