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전 근무중에 CCTV 화면에서 작은 물체가 휙휙 지나다니는게 보였다.
줄 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역사 안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놀라서 뛰어나가 보니 엘리베이터 앞을 기웃거리다가 내가 가까이 다가가니 휙 반대편으로 도망갔다. 위협스러워 보이진 않았으나 낯선 곳에서 경계하며 방황하는 눈치였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됐는지 주인은 있는지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으로 따라가니 잠시 주변을 살피던 강아지는 게이트 밖으로 나가 출구쪽 통로로 멀어졌다.
집이 있는 쪽으로 갔으려나 내심 걱정되는 마음으로 돌아왔는데 잠시후 CCTV 화면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마침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하니 휙 돌아서서 게이트를 지나 출구쪽으로 뛰어 나갔다. 강아지를 이리 저리 쫓아다니다 그 뒷모습을 허망하게 지켜보고 있자니 어떤 할아버지 한분이 강아지를 알아보셨다. 이 근처 사시는 분이 키우는 강아지라고 하시길래, 안도감이 들어 그 분 연락처를 아시느냐 물으니 그건 모른다고 하셨다.
이후로 그 강아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2.
앞서 예상치 못하게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었지만 근무를 하다가 종종 보게되는 반가운 존재는 그래도 강아지들이다. 특히 밤근무를 하다보면 주인과 같이 산책하러 나온것 같은 강아지들이 있는데 한참을 한곳에서 기다리다 하차 게이트에서 나온 가족을 만나면 반가움을 표현한 서로의 짧은 몸짓과 함께 유유히 사라진다.
나도 퇴근길에 우리 강아지를 만나면, 반나절 잠시 못본것 뿐인데 얼마나 반갑고 기쁜지, 도로에 쭈그려 앉아 반갑다고 눈짓으로 손짓으로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으면 자기도 반갑다고 몸을 낮추고 꼬리를 좌우로 큼직이 흔든다. 단지 ‘만나서’가 아니라 전철역에서 집까지 걸어서 10분 거리라고 한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10분의 시간을 먼저 만날 수 있다는 것, 나를 맞이하여 나와주었다는 것, 그저 이유 없이 나를 반겨준다는 것, 일상에서 채워지는 이러한 사소한 순간들이 특별한 순간이 되어 행복감을 준다. 나를 기다려주고 또 기꺼이 수고스러움을 선택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