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by hui

교대근무 때문인지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좋아하던 술도 맘껏 마시지 못하게 되다보니 회식 자리는 잘 참석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즐겁지 않은 자리에서 웃는 표정으로 오랜시간 앉아 있는것 자체에서 진이 빠져 버린달까.

그래도 최근 계속 불참한 것이 신경쓰여, 그리고 새로온 직원들과도 좀 친해질겸 이번 회식은 오랜만에 참석하게 되었다.

한때는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사실 지금도 좋아한다. 몸이 안따라줘서 못마실뿐) 오랜만에 집이 아닌 곳에서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함께 스스로 이번 참석에 긍정적 의미를 두려고 노력하기 위해 더 크게 웃고 평소 잘 하지도 않는 농담도 던지며 상사들 이야기에 맞장구쳤다.

열명이 넘는 인원에 여자인 직원은 나 혼자였고 평균 연령대도 높다보니 자연스레 오랜만에 회식에 참석한 나에 대해 가벼운 관심에서 비롯된 오고 가는 말들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지만

술자리가 무르익고 몇몇 사람들이 잔을 들고 자리를 이동하며 마시던 어느 순간부터 어르고 달래 놓은 기분이 구겨지기 시작했는데,

같은 팀인 A과장이 우리 테이블로 온 순간부터였다. 갑자기 나보다 앞자리가 두번이나 바뀌어야하는 나이 지긋하신 맞은편의 B과장과 농담삼아 엮어보려는 말을 A과장이 시작했고 당사자인 B과장은 민망했는지 갑자기 대뜸, 남자친구 있다면서요 소문이 쫙 났어요 언제 결혼할거에요? 라며 원래도 큰 목소리에 더 크게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아, 이래서 내가 회식 자리를 피해왔지. 잊을뻔했네.


신입 직원들과 대화할 때에는, 내가 신입일 때 들었던 불쾌하고 불편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내가 하는 질문(회사에서 연차가 쌓이니 질문은 주로 연장자가 하게되더라)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적절한 내용인지, 단어가 오해를 부르진 않을지 내뱉기 전에 스스로 검열하고 내뱉은 후에는 혹시 실수하진 않았는지 반추해본다.

내가 신입이었을 때 내가 싫어했던 모습의 몇몇 상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나는 나중에 그러지 말아야지 자주 생각했다. 그리고 연차가 쌓이고 직급도 좀 채우면 회식 자리에서 오고가는 쌉소리를 자연스레 끊어내는 사람이 되고싶었다. 아직 멀었구나.


술 마시면 몸에도 안좋은데 앞으로의 회식은 몇 번 더 걸러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야간근무, 아침 다섯시 반에 우려낸 메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