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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약 Oct 15. 2021

편두통 예방약의 선택 : 약효

편두통 예방약 5

개인차



편두통은 개인마다 양상이 다르며, 동일인이라 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통 증상이 변하기도 한다. 

또한 두통 치료는 그 효과와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치료를 최적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한마디로 두통 치료는 개인차가 크다


좀 더 직관적으로 이야기하면, 우선 약을 써 봐야 효과가 좋은지 알 수 있다. 대다수 사람에게 효과가 좋은 약물이라 할지라도 나에겐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반응을 보이는 성분이 다르고,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편두통에 효과가 입증되어 있는 약물일지라도, 모든 환자가 잘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Propranolol의 경우, 약 50~80% 환자의 편두통 증상을 완전하게 또는 부분적으로 완화시킨다.


개개인마다 맞는 약이 달라서, 나에게 맞는 예방약을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한 의사에게 최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약물을 시도해보고, 효과를 보이는 약물을 찾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약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



여러 예방 약물 중 어떤 약물을 선택해야 할까? 의사 선생님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래도 알아두어서 나쁠 건 없다. 그리고 내가 먹을 약인데 궁금하잖아! 알면 좋잖아? 


또 약물의 선택 기준을 알고 있다면, 어떤 말을 의사 선생님께 해야 하는지, 내가 전할 의미 있는 정보가 어떤 것이 있는지 미리 선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의외로 두통에 이 약을 왜 처방했는지 모르겠다며, 처방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고 마음대로 중지하는 환자들이 있다. 의사 선생님에게 왜 이 약물을 처방했는지 직접 물어보면 좋으련만, 그러지 않고 홀로 안 먹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우울증이 없는데, 왜 항우울제를 처방했지?

나는 고혈압이 아닌데, 왜 베타차단제나 칼슘통로차단제를 먹어야 하지?

뇌전증이 없는데, 왜 항경련제를 복용하지?



왜 두통약을 주지 않지?






위에 말한 예시는 편두통 예방약을 복용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현재 편두통약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성분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되는데, (베타차단제, 칼슘통로체단제, 항우울제, 항경련제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음에도 환자가 이를 아무 생각 없이 복용하기란 쉽지가 않다. 태생이 두통약이 아니며, 두통약으로 이름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가 아픈 건 머리인데, (아픈 것도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데) 나는 왜 우울증약을 먹어야 하고, 뇌전증약을 먹어야 하고, 혈압약을 먹어야 하는가? 

더 나아가 왜 이를 나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는가에 생각이 미치면 불쑥 불신이 솟구쳐 오르며, 이제 이 병원은 다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될지도 모른다. 


설사 의사에게 편두통에 효과가 좋은 약이라는 말을 미리 들었다 하더라도 원하는 만큼의 확신을 얻지 못했다면, 처방약 복용 시 쉽게 불안해질 수 있다왜 약 설명서에는 두통에 대한 말이 없는지 의문이고, 두통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새로운 병까지 엉겁결에 얻어가는 느낌(아니다!)에 거부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편두통 약에 대해 배우고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내 경우도 막상 눈앞의 현실로 닥치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됐다. 

그래. 두통에 효과가 있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데? 왜 하필 우울증약을 처방했지? 난 우울증도 아닌데 항우울제를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뭔가 다른 나쁜 영향이 생기진 않을까? 


'괜히 없던 병이 생기는 거 아냐'라는 두려움과 '두통만을 위한 약은 없을까?' 하는 바람이 지금 먹어야 할 약을 먹고 싶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잘 모르니 괜히 겁만 나는 것이다. 의심이 싹트고 믿음이 없다면 복약순응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약을 먹는 당사자라면 도대체 내가 이 약을 왜 먹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효과를 내는지, 그리고 그 약효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본인이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고 인식할 만큼의 지식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괜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지금 상황(나에게 필요한 약) 외면하지 않도록 말이다.













단지 이름 때문이라면



정육면체 주사위를 떠올려보자. 내 자리에서 주사위를 볼 때 1이 보인다면, 쉽게 이 주사위를 1이 표시된 주사위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훗날 그 뒤편에 6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됐을 때 우리는 '주사위 1에 6도 표시돼 있더라' 라고 부가설명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주사위는 이미 1로 자리 잡았으므로 주사위1에서 이름을 주사위 6으로 바꾸진 않을 것이고, 6은 주사위1이 가진 또다른 특징 혹은 추가적인 정보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 주사위는 처음부터 1과 6을 다 가지고 있었다. 한쪽 면에서 보면 1이었고, 다른 측면에서 보면 6이 보였을 것이다. 

만약 6을 먼저 발견했다면, 이 주사위는 1이 아닌 6이 표시된 주사위라 불렸을 것이 틀림없다. 뒤늦게 1을 발견하더라도 '주사위 6에는 1도 표시돼 있다' 라고 쉽게 설명할 것이다


주사위의 한 면만 보고 전체를 파악할 수 없듯, 약도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발견 순서의 차이가 이름을 정해버렸을 뿐, 주사위도 약도 처음 모습 그대로 자리에 있다. 주사위1은 먼저 우울증, 뇌전증, 고혈압 등에 사용되었을 뿐이다. 

만약 편두통약으로 먼저 사용됐다면, 우리는 주사위 6과 마찬가지로 쉽게 편두통약으로 불렀을 것이며, 우울증, 뇌전증, 혈압약이라 말하기는 퍽 어려운 일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약학적으로는 편두통에 대한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우울증, 뇌전증, 고혈압에 대한 기전은 대략 밝혀져있다) 













약에 대한 정보



복용하는 약에 대해서는 사실 환자가 개인적으로 알려하기보다, 병원과 약국에서 선행하여 제공해야 하는 정보일 것이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환자 입장에서는 (설명을 들어도)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쉽다. 


운이 좋아 마음에 찰만큼 자세한 설명을 들어도 말이 너무 복잡하거나, 너무 빠르거나, 낯선 용어가 나와서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가끔은 너무 단순한 설명에 실망스럽기도 하고 (내가 이런 답변을 바란 게 아닌데 하는 마음이랄까) 설명이 상세하지 않다 보니, 건성으로 환자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궁금한 점이 있어도 냉랭한 기운을 품고 있는(기분 탓 일수도 있다) 하얀 가운을 보면 미처 입을 떼지 못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차갑고, 사무적이며, 바빠 보이는 사람을 붙잡고 내 궁금증을 채우려니 왠지 방해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환자인 이상, 나를 상대하는 것이야 말로 의료인의 업무 중 하나 일 것이다. (물어보면 대답을 해줘야 한다) 그러니 괜히 움츠러들지 말자. '이 약 효과 좋아요'라는 말 몇 마디를 듣는 것만으로 얼마나 안심이 되는가. (단순한 립서비스를 기대하는 게 아니며, 대부분의 의사선생님은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계속 물어보고 이야기를 한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내가 아프니까 하나 더 물어보고, 하나 더 이야기한다. 뭐라도 듣고 오는 게 좋아서 말이다.


의사도 사람이고 사람마다 다 다르듯, 선생님마다 참 많이 다를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났던 것 같다. 내가 만난 선생님들은 내 말을 (내가 원하는 만큼) 잘 들어줬고, 무엇보다 질문을 하면 답변은 꼭 해줬다. 

이마저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의사는 환자의 질문에 대략적으로라도 (비록 친절하지는 않더라도) 대답을 해준다. 생각해보면 반드시 친절할 필요는 또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편두통 예방약의 선택기준 - 약효




예방약의 선택기준 


- 약물 효능(약효)

- 동반질환

- 약물 부작용 

- 약물상호작용

- 임신



편두통 예방약 선택시 고려할 사항은 여러가지이다. 


예방약물을 선택할 때에는 위와 같은 사항을 포함하여 의료인의 임상경험, 환자의 과거 예방치료 기록, 환자 선호도(약물 순응도)를 고려하여 선택한다.








약효


: 예방약 선택 시 근거 수준이 높고, 높은 효능을 보이며,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선택한다.

2012년 미국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에서 발표한 진료지침은 다음과 같다.









위 2012년 미국 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에서 발표한 진료지침을 바탕으로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한 편두통 예방약 가이드라인은 아래와 같다. 




대한두통학회의 삽화편두통의 예방 약물 진료지침





위 진료지침을 토대로 아래에 표를 만들어 정리해보았다.


편두통 예방 약물 선택 시 국내 선순위와 미국 FDA로부터 허가받은 약물이 많이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

FDA에 허가받은 약물은 Propranolol, Timolol, Valproate, Topiramate 4가지뿐이다.  

         




가끔 발생하는 편두통은 영어로 Episodic Migraine, 약자로 EM이라 한다.
만성 편두통은 영어로 Chronic Migraine, 약자로 CM이라 한다. 

*episodic : 가끔 발생하는
*chronic : 만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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