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볼 수 있을까. 매일 아침 내심 기대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선다. 출근하려고 차를 타 지하 주차장에서 나오는 길에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없고, 아직 동이 다 트지 않은 날은 왜인지 기분이 좋다. 가을이 다가와 서늘해질 즈음이라 시트와 핸들의 열선을 켠다. 슬슬 온기가 올라와 손과 엉덩이가 따뜻해진다. 운전할 때 종종 라디오 KBS 클래식FM 채널을 듣는데, 이때 바흐나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면 청량하고 맑은 건반 소리가 귀로 들어와 심장까지 전해지는 울림이 경쾌하다.
준비운동은 끝났다. 이제 곧 기다리던 순간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 출근길에 도로가 오른쪽으로 꺾이면서 고가도로로 급격하게 올라가는 구간이 있다. 부웅. 열심히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경사진 구간을 오르면 갑자기 일직선 고가도로가 시작되면서 양쪽 시야가 탁 트인다.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구간이다. 특히 왼편이 좋다. 저 멀리 아파트 무리, 그리고 그 뒤로 산등성이가 듬성듬성 보이는 것이 조화롭다. 아파트와 산, 그 뒤로 하늘이 위로 옆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집에서 출발할 때보다 시간이 조금 지나있어, 딱 해님이 나오는 즈음이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주황빛부터 시작해서 노르스름, 푸르스름하다가 갑자기 인터스텔라 영화에서 봤을 법한 어두운 푸른 빛이 차례차례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처럼 차분하게 층층이 쌓여 있다. 게다가 아침 시간 밀리는 출근길에서 유일하게 시속 80킬로 이상 밟을 수 있는 구간이라 마음도 시원하다. 이런 날이면 해 뜨는 하늘을 봤다는 생각에 마치 행운을 얻은 기분도 든다. 오늘도 해가 떴구나. 오늘 쓸 에너지를 다 충전한 기분이다.
태양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죽은 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뜨고 질 것이다. 회사에 가기 싫다고 징징대면서 출근을 시도했는데, 가는 길에 만난 해님은 왠지 나에게 '괜찮아, 멀리 보면 별거 아니야.' 하면서 위로하는 듯하다. 살아보려고 습관처럼 버티는 데 안간힘을 쓰며 앞만 보고 사는데, 멀리 내다보면 꼭 버틸 것 있나 싶다. 어쩌면 내가 오늘만 살 것처럼 살아서 온몸에 힘을 준 채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괘념치 않고 뜨고 지는 태양처럼, 세상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면 시간이 멀리 갈 듯하다.
회사에 다 도착했는데 차에서 내리기 싫다. 이곳저곳 시트 열선에 온몸이 노곤해서 더 내리기 싫다. 그래도 딸내미 맛있는 거 사주려면 내려야 한다. 차에서 내려 오늘의 내 인생이 어떨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니, 시선이라도 저 멀리 내다보며 로비 문을 열고 회사에 들어간다. 등 뒤로 다정한 햇살이 아낌없이 쏟아진다. 마치 응원하는 박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