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 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어린이 놀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한 젊은 엄마가 그네를 밀고 있었다. 진한 파란색 그네에 아기가 앉아 있었다. 이제 갓 돌을 넘겼을까, 포동포동 젖살이 남아 있는 귀여운 아기였다.
피부에 닿으면 간질간질, 이제 가을이라고 제법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찰칵, 찰칵. 엄마는 아기의 순간순간을 놓칠세라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아는 양 아기는 다리를 까딱거리며 환하게 웃었다. 아파트 놀이터에 아기의 밝은 웃음이 시원한 청량제가 되어 울려 퍼졌다.
처음엔 귀엽다고 쳐다보다가 아기 모습 위로 내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이 겹쳐지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아장아장 걷던 아들이 떠올라 울컥했다. 그 순간, 목구멍 속으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솟아올랐다.
물 위에 평화롭게 떠있는 수련처럼 평온했던 내 육아의 날들. 두꺼운 육아 대백과사전을 들추며 두 아들을 키웠고, 지금 그 아이들은 사춘기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밤바다를 밝히는 등대가 되어주리라 맹세했건만 그 다짐은 어디로 갔을까? 속내를 알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과 대치하며 눈물짓기도 했다. 파도처럼 부서지는 마음을 다잡으려고 좋은 글귀를 적어 냉장고 문에 붙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유아기를 지나며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떠난다고 한다. 자랄수록 부모는 자녀와 거리를 두고 아이의 삶을 터치하지 말고 그저 관망해야 한다. 지금 나는 아이들을 내 품에서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와 보냈던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 그네를 타는 아이의 웃음소리와 섞인다. 아이의 웃음은 잠시 스쳐 가는 바람 같지만, 마음속에 오래 남아 나를 단단히 붙든다. 부모의 사랑이란, 어쩌면 그 바람을 기억하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