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날의 행복을 떠올리며

by 소금별



가난한 날의 행복을 떠올리며



짬뽕을 먹고 주차장으로 갔다. 우리 차 옆에 링컨차가 서 있었다.

“햐아, 링컨이네. 이 차가 얼마인 줄 알아?”

남편이 차문을 열면서 말했다.


시동을 걸기 전, 벤츠, BMW 같은 차들도 눈에 들어왔다.

“비싼 차 가지고 있어도 입맛은 똑같나 봐.”

남편은 꼰대처럼 비꼬듯 말을 했다.


그때부터였을까.

“100억은 부자도 아니라더라.”

남편이 불쑥 던지는 말에,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자괴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너희는 다음 생에 부잣집 아이로 태어나고, 이번 생은 능력으로 살아.”

아이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 말을 했다.

우리는 아이들 학원비 이야기를 하다 동시에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마음을 차마 아이들에겐 그대로 보여줄 수가 없었다.


외벌이로 두 아이를 공부시키며 살다 보니 남편의 한숨은 점점 잦아졌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홀로 서기까지, 쉽지 않은 세월이었을 것이다.


개발로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오르고 외제차가 늘어날수록,

남편의 어깨는 더 작아 보였다.

창밖으로 늦가을의 마지막 풍경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문득 김소운의《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글이 떠올랐다.

아침상에 고구마를 내온 아내에게 남편이 말한다.

“밥은 왜 안 하고 고구마를 내왔소?”

힐난할 수도 있었겠지만, 남편은 아무 말 없이 고구마를 맛있게 먹는다.

집에 쌀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고교 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글이라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안분지족 하는 그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작은 상처마저 시린 계절, 그 겨울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봄을 기다리며 동물이 겨울잠을 자듯, 그렇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왕후의 밥, 걸인의 찬처럼

소박한 밥상에 감사하며 이 겨울을 살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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