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옷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오늘도 무작정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마음이 힘들 때는 걷는 것이 치유의 길임을 이미 알아버렸다.
지금, 하늘은 높고 푸르다.
개똥지빠귀로 추측되는 새 한 마리가 미끄러지듯 날아가고,
저 멀리 하늘 속으로 사라지는 비행기가 보였다.
문득 어딘가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들리는 갈대숲에서 참새들이 시끄럽게 울고 있다.
모습을 감추고 천적을 경계하듯이 소리만 요란하게 울리는 그 하천을 걷는다.
무리 지어 날아가는 참새 한떼가 하늘을 덮고 있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하천에 새끼 오리 세 마리가 둥실 떠있다.
새끼 오리를 보자 내 마음도 외롭게 둥둥 떠있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왜 너희들만 있니? 엄마 오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새끼 오리에게 물었더니 첨벙첨벙 자맥질만 하고 있다.
미친 여자처럼 대답 없는 오리에게 질문을 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까 봐 주변을 둘러보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걷기 시작하자 쥐똥나무 팻말이 보인다.
쥐똥처럼 새까만 열매 몇 개가 ‘나 맞소’하는 것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 옆으로 화살나무, 황매화나무가 휑한 가지를 드리웠다.
앙상한 계절 겨울이었다.
하천을 걷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덧 주홍빛 해가 지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따듯한 색감을 띤 노을이 수채화물감이 번지듯 일렁였다.
그 모습이 예뻐서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하고 멈춰있었다.
기울어가는 해를 보니 외로웠던 마음이 위안을 받았다.
사춘기 두 아들을 키우다 보면
엄마라는 자리가 문득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무작정 걷는다.
걷는 동안 휘몰아치던 감정들이 조용히 가라앉고,
나는 또다시 엄마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럴 때, 빠르게 흘러가던 주변 풍경이 느리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