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송이 단정해지던 날

시민정원사 기록 ③

by 소금별
반송을 단정하게 다듬은 뒤, 전지가위를 들고 기념사진.



반송이 단정해지던 날



배다리 생태공원에서 전지전정 실습이 있었다. 한 달 전, 올해의 시작을 알리는 첫 강의로 전지전정 이론수업이 있었고 오늘이 그 두 번째 날이다.


공원에 도착하니 익숙한 시민정원사 앞치마와 모자를 쓴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얼굴을 찾아 자연스럽게 눈인사를 했다.


서둘러 정원사 앞치마를 입고 모자를 썼다. 같이 공부하셨던 분이 반갑게 눈인사를 건네며 출석부에 출석체크를 하라고 말했다. 출석체크를 하면서 낯익은 주무관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전지가위도 하나 챙겼다. 정원사에겐 전지가위가 무기라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자리에 돌아와 보니 몇 분이 벌써 반송 앞에서 가지를 자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내빈 소개가 이어졌다. 여러 명의 이름이 호명되었고 우리는 박수를 쳤다.


“이렇게 직접 현장에 나오니 좋으시죠? 오늘은 저 앞에 있는 반송으로 전지전정 실습을 하려고 합니다.” 주무관님이 가리키는 곳에 반송이 있었다.


짧은 소개에 이어서 오늘 재능기부를 하는 분들 소개가 이어졌다. 모두 조경회사를 운영하는 분들이라고 했다. 세 명씩 조를 짜서 실습을 한다고 하기에 낯익은 분 뒤에 가서 줄을 섰다. 공원 한 곳에 무리를 지어 서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깃거리며 바라봤다.


오늘 작업할 나무는 반송이다. 반송은 상록침엽교목의 일종으로 여러 개의 줄기가 반원형을 이룬다. 우리 앞에는 열한 그루의 반송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별로 작업할 반송 앞에 서 있으니 재능기부를 나오신 한 분이 곁에 와서 전지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무조건 가지를 자르면 안 되고 묵은 잎들을 먼저 털어내야 합니다.”

그 말에 우리는 전지가위를 집어넣고 빽빽한 가지를 가르며 누런 잎을 털어냈다. 누렇게 묵은 잎들이 폭설 맞은 것처럼 후드득 떨어져 내리자 숨어 있던 가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먼저 죽은 가지를 잘라내고 약한 가지를 자르세요.”

설명을 듣고 전지가위로 죽은 가지와 약한 가지를 자르기 시작했다. 몇 명이 붙어서 작업을 하니 속도가 빨랐다. 가지는 바짝 잘라줘야 한다고 해서 신경을 쓰면서 작업을 했다.


“한 군데서 오래 하지 말고 돌아가면서 하세요.”

우리는 게처럼 옆으로 걸어 자리를 옮겼다. 소나무 전정은 성장시기인 6월에서 8월까지를 제외하고 어느 때나 해도 된다고 했다. 전지전정은 늘 자신이 없는 부분이었는데 오늘 반송으로 실습을 해보니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들이 이발소에 다녀온 것처럼 어느새 멀끔해진 반송 앞에서 우리는 미소를 지었다. 단정하게 이발을 마친 반송들 앞에서 전지가위를 브이처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시민정원사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늘은 나무도, 내 삶도 조금 더 단정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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