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맘카페에 엄마 방학 시작이라는 글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왔다.
전망 좋은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오전을 여유롭게 보내는 일상들이 반짝거렸다.
매일 가져오던 안내장이 뜸해질 무렵, 학부모총회 안내문이 날아들었다.
망설일 틈도 없이 신청서를 적었다. 학교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나의 작은 날갯짓이었다.
“학부모총회 가서 나서고 그러지 말아.”
나서길 싫어하는 내 성격을 빤히 알면서도 남편이 말했다.
지금까지 학부모총회에 여러 번 갔지만 감투를 쓴 일은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언덕길을 걸어 아이 학교로 향했다.
경사진 비탈길에 리모델링을 한 흰 건물이 우뚝 서있었다.
체육관 입구에서 아이 이름을 찾아 서명을 했다.
“어머니 여기도 서명해 주세요.”
그 옆에 불법찬조금 근절에 동의하는 서명서가 있었다.
서명을 마치고 커피와 따뜻한 녹차를 받아 들고 강당 앞쪽 의자에 앉았다.
작년에도 학부모총회에 참석했지만
둘째 아이의 학부모총회라 그런지,
기분이 어딘가 낯설었다.
시간이 되자 국기에 대한 경례와 내빈소개가 이어졌고, 학부모 위원 입후보자의 연설이 진행되었다.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학부모 위원으로 활동한 엄마들이 대다수였다.
젊은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이어 고교학점제 등 이미 알고 있는 설명이 빠르게 이어졌다.
교감선생님이 설명을 하는 교무부장을 향해 자꾸만 눈짓을 보냈다.
“설명을 들으면서 시간되는대로 투표 부탁드립니다.”
미동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학부모를 향한 교무부장의 메아리가 울렸다.
학부모총회의 꽃은 학부모 위원 선출이었다.
학부모총회가 끝나고 아이 교실로 향했다.
리모델링을 한 건물 내부를 눈으로 훑으며 걸으니 아이 교실이 나왔다.
엄마에게 학부모총회의 꽃은 담임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을 뵙고 교정을 걸어 나오니 익숙한 체육복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갓 입학한 중학생들이 병아리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 아이도 저럴 때가 있었지.”
중학생이던 아이가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학부모총회를 가던 날, 나는 어느새 고등학생 학부모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