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잠시 철학자가 되었다

by 소금별



도서관에서 잠시 철학자가 되었다



이번 주는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어쩌다 보니 매일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계기는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작은 공방 수업이었다.

북파우치를 만들고, 냅킨아트로 에코백과 미니 액자를 만드는 수업이었다.


1월에 신청해 두었던 프로그램인데

공방 이용이 3월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조금 늦게 시작된 수업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 수업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참여해 보니 예상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었다.


어제는 재봉틀을 이용해 북파우치를 만들었다.

오랜만에 만져 보는 재봉틀이라 서툴기도 했지만, 완성된 파우치를 보니 생각보다 그럴듯했다.

책을 넣어 다니기 딱 좋은 크기였다.

요즘 읽고 있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넣어 다니기에 꽤 좋았다.


오늘은 냅킨아트를 이용해 에코백과 미니 액자를 만들었다.

각자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 배치하고 오려 붙이면서 작품을 완성했다.

모두 다른 그림이었지만 하나같이 예쁘게 완성되어 작은 전시회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서관 수업이라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그림책을 한 권 읽어주었다.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멀어져 있던 그림책 이야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오늘 읽은 그림책은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

수업을 듣던 엄마들의 눈가가 붉어지기도 했다.


“너는 나의 꽃이지만 가시이기도해.”

아이와 너무 가까이 붙어 있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리고 엄마 역시 자신의 빛을 찾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로 그림책은 끝이 났다.


잠깐의 취미 수업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뜻밖의 위로가 되어 돌아왔다.

직접 만든 북파우치와 에코백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도서관에서 보낸 이 조용한 시간들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지금의 나를 생각했다.

취업은 잠시 미루고 취미생활을 하는 내가 맞는 걸까.

구직활동보다 봉사활동을 선택한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구름처럼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들 앞에서

그날 오후의 나는 잠시 철학자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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