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후회할 걸 알면서도

by 소금별



결국 또 후회할 걸 알면서도


산책을 하다가 근처 카페에 왔다.

‘매장에서’ 버튼을 누른 후,

작동을 멈춘 기계처럼 손이 허공에서 머뭇거렸다.

키오스크 앞에서 버튼을 누르니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땅콩크림라테 할게.”

남편이 망설임 없이 메뉴를 골랐다.

“그러면 나는 뭐 하지?”

남편을 돌아보니 벌써 창가 자리에 앉아 있고,

나는 오늘도 결정장애 인간이 되어버렸다.


‘늘 시키던 커피 말고 시원한 걸로 마셔야지.’

카페를 들어설 때 내 각오는 이미 커피가 아니었다.

커피 대신 음료 버튼을 누르자 고장 난 장난감처럼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주문 버튼을 눌렀다.

카운터에서 내주는 호출벨을 들고 창가 자리로 향하니, 봄햇살이 창문을 뚫고 느릿느릿 기어들고 있었다.


주문한 음료가 전통 소반상 같은 탁자에 정갈하게 놓였다.

오늘 내가 고른 메뉴는 청포도 에이드.

연둣빛 음료 속에 뽀글뽀글 거품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거 마셔봐.”

땅콩크림이 눈처럼 덮여있는 음료를 남편이 내밀었다.

받아서 한 모금을 마시니, 부드러운 크림 속에서

땅콩의 고소함이 입안을 유영하고 있었다.


“어때 맛있지?”

메뉴 선택이 만족스러운지 남편이 말했다.

평범한 메뉴에 실망한 마음이 에이드 속 거품처럼 뽀글거렸다.

후루룩 빨대를 뚫고 내 안에 흘러든 연둣빛 음료에서 익숙한 인공의 맛이 느껴졌다.


그 순간 커피를 고를 걸 하는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익숙한 것이 좋은 걸까. 오미자를 골라야 했을까.


그때부터 남편 말이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실내를 잔잔하게 감싸던 음악의 선율도, 사람들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오늘 주문한 음료에 생각이 묶인 채,

오리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내가 카페에서 주로 주문하는 음료는 아메리카노였다.

간혹 카페라테나 카푸치노를 주문하기도 했지만,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늘 종착역이었다.


오늘 카페 메뉴 선택은 역시나 후회로 남았다.

그 씁쓸함을 곱씹으며 인생도 나에게 늘 후회로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 아니면 저 길, 갈등 속에 선택한 길은 아쉬움만 남겼다.


오늘 읽은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그랬다.

행복한 결말을 기대했지만, 그 해피엔딩이 결국 소설이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오늘 고른 청포도 에이드는 가격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다른 메뉴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나는 후회했을 것이다. 그래도 나의 카페 메뉴 도전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생의 매 순간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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