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어 집에 있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로, 남편은 직장으로 새가 둥지를 떠나듯 그렇게 모두 떠나버리고 혼자 덩그라니 남으니 고요가 엄습해왔다. 라디오를 들을까, 책을 읽을까, 글을 써볼까, 그림을 그려볼까 궁리하는데 식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날이 추워지기 전에 베란다에 있는 식물을 거실로 옮길까?’ 미루기만 하던 일을 하기로 해본다.
우선 거실에 있는 식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 식물들은 거실 창가 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햇빛도 그렇지만 통풍 때문이다. 겨울에는 환기가 어렵고 난방을 하니 실내가 금방 건조해진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해주거나 선풍기를 돌려야 하니 늘 창가를 고집하게 된다. 식물들을 몇 년째 키우고 있긴 하지만 여름보다는 식물들이 거실에 있는 겨울이 나에게는 고민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거실 창가 쪽 공간은 협소하니 최대한 식물 배치를 잘해야 한다. 다육이와 선인장은 이단 진열대 아래쪽에 배치한다. 그 위에는 크지 않은 화분들인 아이비와 수채화 고무나무, 멜라니 고무나무, 아레카야자를 올렸다. 화분들을 옮기면서 시든 잎을 따주고, 잎도 닦아준다. 한동안 방치했던 화분들을 정리하면서 식물들 상태를 확인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앞쪽에는 야트막한 진열대 위에 행운목과 스파트필름 화분 두 개를 얹었다. 화분 진열대를 구입하는 대신에 올겨울도 공부상을 대신 사용해보기로 한다. 작은 상위에 플로리다 뷰티, 금전수, 무늬벤자민, 크테난테, 이디안텀 화분을 올렸다. 베란다에 있는 화분들도 몇 개 들고 와서 공간을 만들어본다. 더 추워지기 전에 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을 거실로 들여야 할 텐데 고민하는 아침이다.
오늘은 이만큼만 정리하기로 한다. 거실 창가 쪽에 폼없이 소복한 화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올해도 좋아하는 식물 수업을 들었더니 화분이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화분 하나 들고 오는 것도 남편 눈치가 보였다. “무슨 식물 욕심이 이렇게 많아.” “풀떼기를 뭐하러 가져왔어.” “거실 바닥이 망가지면 어쩌려고 그래.” 등 잔소리를 해대던 남편이었다.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찔렸지만, 그보다 더 컸던 것은 식물이 주는 위로였다. 지금은 별말을 하지 않으니 내 마음대로 식물을 들이는 즐거움이 있다.
지금 베란다에는 홍콩야자수, 아레카야자, 콩고, 율마, 극락조 등 다소 크기가 있는 식물들이 남아있다. 몇 년 동안 키운 식물들인지라 겨울이면 장소가 고민이다. 날이 더 추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식물을 키우면서 알아간다. 식물은 너무 공을 들여도, 너무 모른 척해도 티를 낸다는 것을 말이다. 매일 분무기를 들고 건조해지지 않도록 분무를 하지만 너무 습하면 곰팡이가 생긴다. 그에 비해 너무 건조하면 응애나 개각충 등 해충이 생긴다. 식물들도 잘 자라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식물을 키우는 것이 꼭 내 아이 키우는 것 같다. 식물의 거리를 지키는 일이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식물을 정리하면서 다시 배우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