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김치가 쉬울 줄이야

by 소금별


생애 처음으로 김치를 담갔다. 도시농업전문가 과정에서 텃밭에 심은 배추를 수확하고 세 포기를 가져왔다. 배추 겉잎을 몇 장 떼어서 배춧국을 끓이고 남은 배추로 감히 김치를 담글 계획을 세웠다. 김치는 사서 먹거나 친정에 갈 때마다 조금씩 가져와서 먹는 게 전부였다. 내가 담글 수 있는 김치라곤 부추나 파를 이용한 김치가 전부였기에 배추를 이용한 김치 담그기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토요일 아침, 배추를 절이기 위해 큰 대야에 소금물을 만들었다. 배추를 반으로 잘라 소금물에 적신 뒤 잎 사이사이에 천일염을 골고루 뿌렸다. 어릴 적 엄마가 배추를 절이던 모습이 떠올라 그대로 따라 해봤다. "동영상 보고 하라니까!"라는 남편의 말에도 불구하고 내 직감대로 진행했다. 몇 시간 간격으로 배추를 뒤집으며 소금물에 잘 절여지기를 기다렸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남편과 둘이서 김치 양념을 만들기 시작했다. 양념이 잘 밴다고 해서 먼저 찹쌀풀을 쑤었다. 찹쌀풀을 식힐 동안 남편에게 마늘을 까서 빻아달라고 오더를 주었다. 거실에 돗자리를 깔고 남편은 마늘을 까고 생강 껍질을 벗긴다. 생전 처음 담그는 김치에 남편이 들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편은 첫 소풍을 가듯 달떠서 재료를 준비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김치 양념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한다. 찹쌉풀에 시골에서 가져온 고춧가루를 넣고 마늘과 생강 빻은 것을 넣었다. 허연 찹쌀풀에 고춧가루가 들어가니 새댁의 볼처럼 발그레해진다. 친정에서 가져온 매실액도 조금 넣고 설탕도 넣어본다. 멸치액젓을 싫어하는 남편을 위해 까나리 액젓을 넣고 양념을 섞는다. 남편이 간을 보더니 매실액이 들어가서 시큼한 맛이 난다고 하길래 설탕을 더 넣어본다. 여기에 배추와 함께 수확해 온 쪽파를 잘게 썰어 넣는다. 쪽파의 힘인지 김치 양념 맛이 난다. “우리 김치 성공하는 거 아니야?” 양념 맛을 본 남편이 한껏 설레고 있다.


둘이서 거실 한복판에 쪼그리고 앉아서 배추에 양념을 버무른다. 양념이 부족해 보이는데 남편은 배추 한 포기에 양념을 듬뿍 넣고 있다. “그렇게 하면 양념이 모자랄 것 같은데! 넣지 말고 이렇게 해봐.” TV에서 김치를 버무리던 장면을 떠올리고 양념을 배추에 비비며 남편에게 타박을 줬다. 누가 보면 배추를 50포기 정도 담그는 줄 알겠다. 우리는 고작 배추 세 포기만 했는데 말이다. 양념을 배추에 묻혀서 남편이 먼저 먹어본다. “와, 너무 맛있는데!” 남편이 나에게도 하나를 건넨다. 먹어보니 양념 맛이 나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김치가 완성되었다. 김치 초보인 우리 부부는 배추를 김치통에 넣는 것에도 의견을 달리한다. 배추를 똑바로 넣어야 한다, 아니다 배추를 이렇게 눕혀서 넣어야 한다. 누가 맞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 김치 초보 부부의 김장 아닌 김장은 끝이 났다. 생전 처음 김치를 담그며 알아간다. 무슨 일이든지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앞으로 우리 부부는 김치를 사먹지 않고 담그기로 했다. 우리만의 김치가 완성되었다는 뿌듯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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