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티나인 Oct 27. 2022

브런치 글쓰기.'라이킷'이 수상하다

힘빼기

브런치 작가가 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한 달이 되지 않았는데도 구독자가 20명이나 되고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다니 놀라웠다. 브런치 메인 글에도 올라온 적이 없고 하루에 몇 분 단위로 쏟아지는 어마무시한 글들 속에서 내 글을 찾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내겐 신기한 일이고 은혜로운 일이었다. 구독자가 천 단위이고 조회수가 만 단위가 넘는 수많은 작가들에 비하면 별거이겠냐마는 출간 작가들과 전문성을 확보한 수많은 좋은 글들 속에 이런 툭 던져 놓은 수다글을 읽어주고 심지어 댓글을 달아주고 구독까지 눌러 주니 입꼬리가 찢어질 것 같다.


브런치 작가에 통과가 되었다는 합격 문자를 보자마자 처음 심사를 위해 써 뒀던 글을  바로 3편을 올려 버렸다. 반응이 궁금했다.

내 글이 얼마나 먹힐 것인가 내글이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을 많이 들어 온전히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던져 놓고 물어보고 싶었다.


'00님이 당신의 글을 라이킷 했습니다'

엥? 라이킷 했다고? 이건 또 뭔 말이여? 라이킷이 뭐여? (영어 문맹인 나는 이걸 해석 해볼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뭔 컴퓨터 용어인가? 브런치 신조어인가 헤맸다)

초록점이 계속 찍히면서 00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가 연달아 올라왔다.

검색창에 눌러 보았다. 날 것 그대로 썼다.

'라이킷이 뭔가요?'

나같은 사람이 제법 되나보다 답신이 주루룩 떴다.

'좋아요' 란 뜻입니다  아.... 라이크 잇!!!!

이런 염병...

아 좋아요라는 좋은 말 놔두고 뭔 ...( 브런치 어느 작가님도 몰라서 딸에게 물어보셨단다. 라이킷을 좋아요로 바꾸자고  문제를 제기하신거 보면 ...)

어쨌든 머리는 잘 썼네 좋아요 보다는 라이킷이 뭔지 좀 있어보이네 10개마다 축하메시지도 띄워주고... 나같은 관종의 욕구를 잘 반영했다고나 할까..

음.. 좋아요란 뜻이구나 오.. 그럼 내 글이 좋다는 뜻이네

고마운 분들이었다 나도 보답해야지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 줬다는데 나도 성의를 보여야지

눌러서 들어가보니 구독자도 많고 글도 엄청 나게 많았다.

다 읽을 자신은 없으니 몇개 읽어보고 대충 좋아요 한 두개 눌러주고 ...

음 근데.왜 비슷한 분들이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 주지?

뭔가 찜찜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에 올린 내 글이 올라온지 몇 초도 되지 않아 라이킷이 뜨는걸 보고 기분이 확 나빠졌다.

이게 말이 되나? 내 글을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몇 초만에? 진짜 읽었다고?

뭔가 이상했다.. 이건... 기브엔테이크인가? 내가 너의 글을 읽었으니 너도 내글에 조회수도 올려주고 라이킷도 눌러줘 이런건가? 우리 상부상조하자 뭐 이런 건가..

마음이 확 식어버렸다

매일 오늘은 얼마나 내글을 읽었나 조회수에 목숨 거는것도, 라이킷을 얼마나 눌러줬나 초록점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것도, 조회수 많이 올리려고 내 속에 민낯을 드러내는것도....


물론 열에 아홉분은 진심으로 내 글을 좋아했을테고 그 먼나라에서도 구독을 눌러줘 나를 감동시켰고 마음에 위로가 됐다고 댓글을 달아주어 나를 몸둘바를 모르게 한 분들을 싸잡아 깎아내리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바보는 아니다.

그렇지만 못내 몇몇의 라이킷이 나를 슬프게 한다. 여기도 자본주의의 상술이 들어가나 .. 홍보성 대가성  공간인가... 내가 너무 삐닥하게 생각하나..


라이킷에, 조회수에 푹 빠져산 1달간의 브런치 공간에서 조금씩 흐트러진 정신이 돌아왔다 .

결국 나다 . 라이킷이 몇개가 달리든,구독자들이 몇명이 올라가든, 어떤 기준으로 메인글이 되든  그들의 몫은 그들의 몫이고 나는 내 몫의 내 값을 하면 되는 거였다.(아들러의 과제분리랑 비슷할지도)

퇴고 한 번 하지 않고 내 꼴리는대로 써 버리고 마는 내 나쁜 습관을 브런치를 통해 고쳐 나가고, (처음 써서 올린글과 몇 번 수정해서 올린 글은 조회수도 반응도 확연히 달랐다)그동안 써야지 하고 묻어두었던 과제들을 해나가고,(웹툰으로 철학하기는 내가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생각외로 반응이 시원찮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몇 개 안 달린 댓글이지만 댓글을 보고 앞으로 내가 쓰고 싶었던 문체들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브런치 글쓰기 공간이 뭔 환상의 나라도 아니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하나의 또 다른 방법과 공간을 제공해주는 곳이고 나는 그 공간에서 값없이 고마운 조언과 응원을 받으면 되는 걸 ... 너무 힘을 줬구나


한 달 동안 돈을 지불하지 않고 얻은 값진 공간을 잘 활용해보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괴로우면 울어야지 왜 안 울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