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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티나인 Sep 30. 2022

추억의 맛 , 음식 이야기

        '오무라이스 잼잼' 조경규 글 그림 

우리 엄마는 손맛이 참 좋으시다. 20년을 식당을 하셔서 그런지 뭘 만들어도 어렵지 않게 후다닥 만드신다. 그런 엄마 밑에서 20년을 산 나는 어릴 적 길이 들었는지 식탐도 많고 입맛도 까다롭다. 티셔츠 쪼가리 하나에 몇 십만 원을 호가하면 기함을 하고 허영이라고 욕을 해대면서도 질 좋고 맛있는 음식에는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한다. 

그러다 보니 웹툰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자주 보게 된다. 읽다가 두고두고 읽고 싶으면 단행본으로 나오길 기다려 구입하기도 한다. 


조경규 작가의 ‘오무라이스 잼잼’도 처음에 웹툰으로 드문드문 보다가 재미가 있어 매회 연재를 기다리는 팬이 됐고 단행본이 나오는 대로 구입을 한 게 10권이 넘는다. 

‘오므라이스 잼잼’은 조경규 작가가 자신의 주변인물과 작가 가족들이 음식을 통해 겪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카카오에 연재한 웹툰이다. 

작가가 직접 겪은 이야기들이라 만화 특유의 과장이 없이 담백하면서 소소하다. 

음식에 관련된 유래도 흥미롭고 컬러풀한 음식 그림도 자세하고 맛깔나서 읽다보면 군침을 흘리게 되고 내일 점심에는 나도 요거 한 번 먹어봐야지 다짐하기도 한다. 

나오는 인물들도 다 작가 지인들이나 실존 인물들이라 '어 나도 이 사람 아는데? '친근감도 든다. 

6권에 나오는 박준우 작가도 tv에서 간간히 보던 사람이라 반갑기도 했다.  벨기에에서 오래 살다 왔다는 그가 들려주는 벨기에 감자튀김이야기도 재미있다. 벨기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감자튀김을 동물성 기름으로 튀겨내서 더 고소하다고 한다. 감자튀김을 케찹에 찍어 먹는 우리와 달리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단다. 튀긴 음식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다고? 왠지 느끼할 것도 같은데 벨기에까지 가서 직접 먹어본 작가의 가족들은 맛있다고 감탄을 연발한다. (뭐 하긴 ‘고독한 미식가’에서는 군만두를 초간장이 아니라 후추를 듬뿍 넣은 간장에 찍어 먹더라 궁금해서 그렇게 먹어 봤는데 나는 그냥 그랬다. 그런데 친구들은 새로운 맛이라며 좋아했었다.)

나도 벨기에에 가면 꼭 마요네즈에 먹어 봐야겠다. 

오래 전에 읽어서 몇 권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즐겨먹는 프링클스의 탄생도 흥미롭다. 만들어진 내력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프링클스를 만든 사장이 죽을 때 자신의 뼈를 프링클스통에 넣어 달라고 했다는 유언은 엽기적이면서도 장인 정신이 느껴져 놀랐던 기억이 난다.

9권에 나오는 광주 궁전 제과점에 파는 나비파이랑 공룡알은 한 번 먹어보고 싶어서 광주에 출장 갔던 남편에게 가는 길에 사다 달라고 통사정을 했는데 자기가 가서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포장할 필요는 없더라며 그냥 동네 빵집 나비파이나 사먹으라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대서 그날  부부싸움을 했더랬다.



비슷한 세대라 그런지 작가가 딸을 데리고 인디안 밥을 사서 우유에 말아먹는 장면에서는 나도 어릴 적 생각이 났었다.

지금처럼 갖가지 종류의 시리얼은 구경도 못 해본 그 시절 우리는 조리퐁에다 우유를 듬뿍 넣어 먹었다. 폭신하고 달콤한 조리퐁 알갱이를 숟가락으로 꼼꼼하게 다 긁어 먹으면 어느새 우유는 초코색으로 변해 맛도 초코우유 맛이 났다. 그게 아까워서 조금씩 떠서 아껴 먹었더랬다. 

지금은 조리퐁에 비할 데 없는, 맛도 색깔도 종류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다양한 시리얼이 즐비한데 어릴 적 조리퐁에 우유맛이 나는 단연 최고였다.      

단행본으로 사 놓은 오무라이스 잼잼을 읽고 있으면 우리집 막내도 슬쩍 와서 같이 읽는다. 그러곤 한 마디 한다.

“ 이 집 애들은 좋겠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나도 이 집에서 태어나고 싶다.”

작가가 사촌 동생이 말해 준 오징어 튀김이 너무 먹고 싶어 온 가족을 데리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가서 오징어 튀김 요리를 주문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참  할 말이 없었다. 

막내야 나도 이 집 딸이 되고 싶단다.....     

 

음식이라는 게 참 희한하다. ‘마법의 스프’처럼 누군가에게는 사람들을 묶어주는 매개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한 그릇의 국밥으로 다시 살아갈  희망이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 

성석제 작가는 어릴 적 처음 먹은 라면의 맛을 잊지 못해 어른이 되어 갖은 방법으로 그 맛을 재현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나중에 생각하니 그건 추억의 맛이었다고... 

나도 엄마가 만들어 주신 간장 제사닭을 레시피 그대로 해 봤지만 어릴 적 먹었던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진간장과 설탕 오직 두 가지만으로 요리한  그 제사닭을 능가하는 닭요리를 나는 여태껏 본 적이 없다. 그것도 추억의 맛이었을까 

엄마처럼 요리도 못 하는 나는 우리 애들에게 이런 추억의 맛을 알려 줄 수 있을까 

 냉동고에서 꽁꽁 언 즉석요리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위잉’ 소리만으로 아이들이 나를  기억하는 건 아닐까 살짝 겁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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